문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블랙리스트’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전반의 노동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선 직후 대대적인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의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블랙리스트를 작성, 하청업체에 금속노조 조합원의 고용을 배제할 것을 압박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10일 A하청업체 대표는 하청노조 지회장과의 통화에서 조합원을 고용하면 원청에서 폐업을 유도하며 압박한다고 하소연했다. 

원청에서 직접 조합원을 채용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전화내용도 있었다. B하청업체는 다른 하청업체의 폐업으로 고용승계에서 배제된 조합원 2명을 채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중 한 명이 원청 전산시스템에 블랙리스트로 올라있었고, B하청업체 대표는 “원청에서 고용을 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결국 2명 모두 채용이 되지 않았다.

또 C하청업체 대표는 “원청사에서 우리 작업, 하청노조 사람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놨다”고 말하기도 했다. D하청업체 대표 역시 “미포(원청)에서 문제가 있으면, 이쪽(중공업)도 다 걸지”라며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했다. 

조합원 채용에 대해 원청의 개입을 증명하는 또 다른 녹취록도 공개했다. 지난 2월22일 C하청업체의 대표는 하청노조 사무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하청지회에 소속돼 있다 보니까…(중략)…(원청)운영지원부에서 출입증 발급이 안되는데” “어느 업체가 원청에서 묶어놓은 사람을 받아 쓸테니까 하겠나, 그런 대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계 블랙리스트를 공개한 김종훈 의원실의 권기백 노동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선 이후 노동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가장 큰 노동현안으로 부각시킬 것”이라며 “집권당은 물론 야권과도 연계해 블랙리스트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