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은 9일 오후 6시50분, 19대 대선 투표 마감시간이 1시간3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사상 유래없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의 26%를 상회하는 1107만명이 참여했다. 사전투표가 처음으로 실시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사상 최대치라는게 선관위의 분석이다.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등 연휴 탓에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달아오른 투표열기는 선거 당일인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기준 전체유권자의 72.7%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 18대 대선 오후 6시 기준 최종투표율 75.8%보다 3.1%p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번 19대 대선은 18대 대선보다 투표시간이 2시간 더 길다는 점에서 18대 대선 투표율을 넘기고, 80%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겪으며 국민들이 권리행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75.8%(약 4050만명)가 투표했다. 이 가운데 약 1577만명이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2위였던 문재인 후보와는 겨우 108만여표(3%) 차이를 기록하며 유래없는 접전을 펼쳤다. 당시 어느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은 기권자는 약 980만명, 기권자 중 5분의 1만 더 투표에 참여해, 대다수가 문 후보에게 투표했다면 대통령이 바뀔 수 있었다. 대통령 탄핵도,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다.

물론 기권자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투표를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후보가 거기서 거기’라는 정치혐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권도 또 하나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공약을 봐도, 인물을 봐도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는데, 어떻게 투표를 하느냐는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권은 권리의 포기에 지나지 않는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더나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선거는 ‘100% 내맘에 쏙 드는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다. 그나마 나은 후보를 뽑거나, 최악의 후보가 당선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치와 정치인을 혐오할 자격도 투표한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일이지, 권리를 포기한 사람에게 변화를 논할 자격은 없다는 말이다.

때로는 포기하고, 때로는 가볍게 여기는 한 표는 종이 한 장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한 표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가 담겨 있고, 현실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다. 또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다.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 지난 몇개월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국민이 가진 1표에 대한 권리를 다시한 번 생각해 볼 기회다. 정치를 욕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집을 나서 투표장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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