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SBA)은 ‘준비 안된 창업은 반대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무분별한 창업은 지양하자는 얘기다. 창업실패율이 성공률보다 훨씬 높은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창업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SBA 고봉진 창업본부장은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예비창업단계부터 교육과 멘토링 등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며 “SBA에서는 비즈니스모델 개발단계부터, 매출이 확대되는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SBA 고봉진 창업본부장은 “SBA에서는 비즈니스모델 개발단계부터, 매출이 확대되는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단계별 지원, 비즈니스모델 개발 → Pre-BI → BI → Post-BI

SBA는 창업기업을 성장단계별로 분류한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비즈니스모델(BM)이 뚜렷하지 않은 관심단계(1단계) ▲비즈니스모델을 만든 후 시장검증단계인 Pre-BI(Business Incubator)단계(2단계)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사업하려는 BI단계(3단계) ▲지속가능사업으로 진입하는 Post-BI단계(4단계) 등 모두 4단계다.

“병아리단계인 1단계는 창업교육을 하면서 비즈니스모델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며, 2단계는 시제품을 통해 고객검증을 해보는 등 시장검증을 도와주는 것이 핵심사업입니다. 또 3단계는 제품도 나왔고 매출도 조금씩 나오지만 투자를 받기가 힘든 단계로, 투자를 통해 데스벨리를 넘을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4단계에선 매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글로벌 진출 등을 돕고 있습니다.”

고 본부장에 따르면 SBA는 ‘민간과 중복없이, 민간이 원하는 영역에, 창업생태계와 함께’라는 기조아래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SBA액셀러레이팅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원대상 기업에는 입주공간을 제공하거나 직접투자하기도 하고, 후속투자를 연계하기도 한다. 창업기업 입장에서 꼭 필요하지만 민간은 하지 않는 3단계 구간을 집중 지원하는데,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소위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3단계에서 투자받기가 쉽지 않아 망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민간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부분보다, 민간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돕는 것이 공공의 역할입니다.”

<자료=SBA>   ©중기이코노미

SBA액셀러레이팅사업은 사업진행을 민간과 함께 한다. 공모방식이 아닌 벤처캐피탈(VC) 및 개인투자자(엔젤) 등 민간플레이어가 우수 창업기업을 추천·선정하면, SBA가 2억원 이내로 직접투자를 하거나 후속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공급자 위주로 예산을 정해서 돈 주고 끝냈다면, 이번 사업은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민간과 협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135개 민간투자기관과 함께 102개의 우수 창업기업을 발굴·지원했고, 후속투자는 82억6000만원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200개 기업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또 SBA액셀러레이팅사업은 단순지원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지분을 일부 받아 후배기업에 다시 지원할 수 있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전 지원사업의 경우 소멸성이 있었다면, 이번 사업은 투자형 사업입니다. SBA 지원을 받은 기업이 후배기업에 일부를 환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민간투자기관은 2000~3000만원을 투자하고 지분을 7~20%까지 받기도 하지만, 우리는 평균 1% 내외의 지분을 확보해 재투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모델이다 보니, 사업초기에는 민간플레이어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다. 투자는 민간의 고유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공공에서 무슨 출자를 하느냐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해가 풀린 지금은 창업생태계 전반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것이다.

“SBA가 공공이다보니 민간과의 제로섬게임이 아닌 윈윈이 가능합니다. 투자하기 애매한 기업을 키워 투자가 가능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돈은 있는데 투자할 기업을 못 찾는 민간플레이어들에게 연결해주기도 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니 호응도가 높습니다.”

중장년 마구잡이식 창업지원 NO…“취업지원이 바람직하다”

고 본부장은 “은퇴 후 퇴직금 들고 준비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엄밀하게 따지면 장년층에게는 창업센터보다 시니어비즈니스센터 운영을 통해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장년센터를 운영하면서 사업경험과 네트워킹능력을 가지고 100억원 넘게 매출을 올린 경우도 있었지만, 은퇴 후 퇴직금 들고 준비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창업은 ‘정글’입니다. 준비 안 된 장년층 창업은 차라리 안하는 게 이득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장년층에게는 창업센터보다 시니어비즈니스센터 운영을 통해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SBA는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창업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보육기관이 비즈니스모델을 잘 만들어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제 본인이 창업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평균적으로 망한 경험이 3회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이 30%가 채 안될 정도로 실패확률이 높은데,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3개월도 준비안하고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중요합니다. 창업 전에 스타트업에 취업해서 2~3년간 일을 배우고 간접경험을 한다면 실패확률은 낮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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