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이 치러진 9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은 떠들썩했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해 짐에 따라 몰려드는 지지자들과 취재진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몇몇 단체가 민주당사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출구조사결과 발표를 한시간 정도 앞둔 시각, 기자가 비를 피해 모여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에게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온 분들이냐”고 묻자, “세월호 때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후 출구조사결과 발표시간 즈음이 되자 확성기를 장착한 차량이 도착했고, 시위를 이끄는 듯한 사람이 차량에서 플래카드 등을 내리면서 시위가 시작됐다. 그리고 기자에게 답한 그들도 시위에 합류했다. 그런데 이들은 세월호 문제로 시위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이날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중인 단체는 전국참정권사수시민연대와 IDS피해자모임시민연합회 등이었다. 이들은 각각 민주당 경선과정에 부정의혹이 있다고 주장했고, IDS홀딩스의 다단계 금융사기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여의도 국회 앞이나 각 정당의 중앙당사 앞에서의 시위는 늘 있는 일이고,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슈에 혹여나 자신들의 메시지를 얹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우려할 일이다.

여러 시위대가 섞여 있었고, 시위초반 앞에서 마이크를 든 한 관계자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는 이 뿐이다. 이어 각 단체가 동시에 마이크를 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나갔다. 민주당 당사 앞 주차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대형TV를 통해 개표방송을 보고 있었다. 한 시위자는 심지어 ‘민주당의 여성직원이 자신을 밀치고 갔다’며 ‘그 여직원 당장 나오라’고 한 동안 마이크에 대고 소리까지 질렀다. 시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세월호를 언급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마음에 가장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세월호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이슈생산은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국민들의 마음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낸다. 더 이상 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제 무엇이 잘못됐는지 처음부터 찾아내고 바로잡아야 한다. 새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점 의혹없는 진상규명을 해주길 바란다. 이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일어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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