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소비재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겠다며 만든 ‘K+(케이플러스)인증’ 사업을 소리소문도없이 중단했다. 애초 구상과는 달리, 수출을 확대하는데 이렇다 할 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인증’은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우수 소비재 제품에 대해 무역협회가 공식적으로 한국산임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을 발굴, 해외마케팅을 돕고 내수기업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4년 도입됐다. 무역협회 내외부평가단 심사를 통해 디자인이나 가격, 시장성 등 수출경쟁력을 갖춘 국산 소비재를 선정한다.

2014년 100개사 170개 제품 최초 인증 후 사업 폐지

해당인증을 받으면 무역협회의 해외마케팅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협회에 따르면, K+인증 전용 웹사이트와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Kmall24.com에 우선 입점할 수 있다. 무역기금 뿐만 아니라 바이어셀러 매칭서비스, 해외거래선 신용조사, 해외시장리포트, 현장방문 무역컨설팅 등의 서비스도 지원한다. 해외 주요 오픈마켓인 아마존, 티몰, 이베이 등 입점지원도 제공한다.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4년에는 502개사가 지원해, 100개사 170여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 전자기기, 반도체, 조선 등에 치우친 수출품목을 소비재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협회의 구상이었다. 한류 등으로 국산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반해 한국 소비재 수출은 미미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제무역연구원에 조사에 따르면, 1988년 국내 총수출액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4.5%로 과반이상을 차지했으나, 2015년 기준 15.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뷰티제품과 목욕용품 등의 수출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소비재 수출도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계 소비재 교역에서 국내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이에따라 2015년과 지난해에는 기존의 사업을 확대, 한국산 정품인증 식별 스티커를 배부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기존 K+ 인증 제품 가운데 한국산(Made in Korea) 제품 약 40개(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위주)가 대상이다. 정품인증 스티커에는 특수한 홀로그램 라벨이 삽입돼 있어 스마트폰 앱으로 스캔하면 한국산인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이가영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K+인증을 받았던 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는 입장을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2014년 K+인증을 받았던 한 기업의 A씨는 “인증을 활용하려고 해도 마땅히 활용할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의 회사는 일본을 주거래처로 하고 있는 기업인데, 양국간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자 바이어들이 인증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될까봐 바이어들이 인증을 붙이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밝혔다. “국가문제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A씨의 요청이다.

인증기업 “매출이 증가하는 등의 효과가 없었다”

또 다른 인증 기업 관계자 B씨도 인증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을 했지만 별로 마케팅 측면에서 매출이 늘었다거나 하는 효과는 없었다”며 “바이어 매칭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역협회는 이처럼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자 해당 사업을 슬그머니 없앴다. 인증 역시 2014년 단 한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그나마 인증을 활용해오던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중기이코노미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기업의 담당자는 되레 사업을 중단하는 이유를 물어오기도 했다.

대대적인 홍보와는 다르게 인증 사후관리도 없었다. 무역협회는 최초 인증을 수여했던 2014년에만 인증식을 개최하는 등 홍보활동을 벌였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인증 유효기간(발급일로부터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 홈페이지에 계속 인증을 게재하는 등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였다.

K+인증 사업 중 스티커 제작에 참여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스티커를 배부했지만 부착하지 않는 기업도 많았다고 들었다”면서 “우리가 일년에 한번 정도 기술관리 차원에서 인증기업에 전화를 돌리는 동안, 무역협회는 인증과 관련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무역협회 “담당자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사업을 진행했던 무역협회 B2C지원실에서는 “해당 사업은 종료됐고, 담당자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아직까지 향후 유사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취지는 좋았지만, 소비재의 경우 국가마다 제품기준이 달라 국가단위로 대응을 달리해야 한다”며 “한류영향이 미친 국가에서는 K+인증이 효과적이었는지 몰라도, 이외 국가에서는 사실상 수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제품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우선 현지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현지시장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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