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기업 일부가 대부분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알려지면서 고성장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의 중요성도 커졌고, 정책입안자들의 관심 역시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성장기업에 대한 기준을 시대상황에 맞게 재정립하고, 고성장기업 지원효과를 새롭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의 ‘고성장’이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특정기업을 지원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 표한형 정보분석센터장은 중소기업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17일 개최한 ‘고성장기업의 특성’ 세미나에서 ‘SIMS를 활용한 고성장기업의 특성분석’을 발표하고,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고성장기업이라는 말이 매력적인 단어이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경제환경을 볼 때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창업기업에서 고성장기업으로 지원대상 조정

고성장기업에 대한 개념은 1970년대말 제2차 석유파동 이후 고실업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대두됐다. 1979년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버치(David Birch)가 ‘일자리 창출과정’이라는 보고서에서 ‘소규모의 고성장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을 창출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성장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고용창출과 경제적 기여 측면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고성장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유럽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과 같은 신생고기술기업이 유럽에서 출현하지 않은 원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고성장중소기업에 주목하고 지원전략 목표를 설정했다. 그동안 전형적인 창업기업 지원에서 벗어나 고성장 창업기업 지원으로 대상을 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에서도 저성장 기조와 청년고용 정체로 고성장기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고성장기업 육성 프로젝트’를 세우고, 3년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성장기업 육성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500개씩 1500개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수출마케팅, 정책자금, 연구개발(R&D)을 패키지방식으로 3년간 약 1조2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중기청이 정의하는 고성장기업이란 최근 4년간 상시근로자 수 또는 매출액이 연평균 20%(지방은 15%) 이상 성장한 5인 이상의 중소·중견기업을 말한다. 고성장기업이 고용창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성장애로를 극복하고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지원기반을 제공한다.

고성장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연구원 분석결과를 보면, 고성장기업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고성장기업의 고성장 패턴이 반복될 확률도 낮았다. 또 고성장기업은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에 더 많이 분포돼 있는데도 정부의 고성장기업 지원정책은 수출기업 지원 위주로 맞춰져 있다.

표한형 센터장은 “정부의 고성장기업 기준을 보면, 상시근로자 수 또는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이 20% 이상인 기업으로 설정돼 있다”며 “이러한 기준은 고용 측면에서는 고성장 기업이지만, 생산성이나 매출액 측면에서는 고성장이 아닐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가 목표가 돼야 하지만,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고용증가율에 목표를 맞춰야 한다는 두 가지 의견이 상충하기 때문에 고성장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17일 개최한 ‘고성장기업의 특성’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연구원 표한형 정보분석센터장은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고성장기업이라는 말이 매력적인 단어이기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경제환경을 볼 때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표 센터장은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창업기업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고, 고성장기업은 이미 성장을 잘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가 하는 의견도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기업환경 개선이나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장기업 지원 보다는 일반적인 기업환경 개선해야”

이어 그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스웨덴의 기업데이터를 이용해 고성장기업의 지속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고성장은 일시적이라는 실증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고용이나 매출액 등 어느 성장지표를 보더라도 고성장 이전 3년 동안 성장률이 높지 않았고, 고성장 이후 3년 동안에도 성장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고성장이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특정 고성장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업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일반적인 기업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표 센터장은 “고성장기업은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성장기업 육성 프로젝트가 수출기업 위주로 진행된 것에 대한 정책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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