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업계 거물로 잘 알려진 스티브 코헨(Steve A. Cohen). 그는 2002년 이후 세계 10대 아트컬렉터 목록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특히 1억달러가 넘는 초고가 작품을 매입하는 몇 안되는 큰 손 중 한명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는 데미언 허스트, 자코메티, 앤디 워홀, 반 고흐, 잭슨 폴락, 에드바르트 뭉크,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등이 있다. 세계적인 금융재벌답게 웬만한 갑부들은 흉내조차 내기 힘든 몸놀림이다. 현재 코헨이 수집한 아트컬렉션의 가치는 10억달러가 넘는다.

일반 컬렉터들이 대체로 자산 포트폴리오 중 약 5% 내외를 작품에 투자한다면, 코헨은 그보다 훨씬 높은 비중(약 20% 정도)을 미술품 투자에 할애한다. 미술품이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세금 규제도 비교적 덜받기 때문이다.

그는 소더비 경매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정도로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헨을 비롯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예술작품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보고 싹쓸이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미술계 내외에서 말들이 많지만 세계 미술시장을 견인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은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회사 건물 곳곳에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는데, 그걸 감상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아트컬렉션을 왜 하는지에 대한 코헨의 답변이다. 철저하게 투자와 수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예술작품이 사람들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더 격조 높은 삶을 살 수 있게 한다고 코헨은 믿는다. 그의 미술품 투자 방향이 유명작가에서 신인작가로 옮겨가고 있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데미언 허스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출처=www.damienhirst.com>

◇스티브 코헨은 누구인가=포커 플레이어, 주식 천재, 헤지펀드 킹, 의류 봉제공장의 아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어린 시절부터 한번 본 숫자는 절대 잊지 않았던 코헨의 재능은 포커테이블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타고난 그의 재능은 이익이 날지 여부를 매순간 판단하고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주식시장에서 축복과도 같은 것이었다. 주식시세 전광판을 보면 직감적으로 어떤 회사가 상한가를 치고 나갈지 눈에 들어왔다고 고백할 정도니 그의 인생항로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어 보인다.

1992년 그는 2000만달러로 SAC 캐피탈을 설립하고, 20년 연속 30%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며 역사상 가장 크고 성공적인 헤지펀드 설립자이자 월가의 영웅으로 등극한다. 그는 SAC의 엄청난 성공을 바탕으로 미술 컬렉션에 뛰어든다. 그의 이런 행보는 미술시장을 달구기에 충분했다. 2000년부터 미술품 수집을 시작해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억달러 이상을 미술품 구매에 투자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결국 가장 단기간에 ‘세계 슈퍼컬렉터’의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컬렉션의 시작은 반 고흐, 모네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이었고 점차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현대미술작품들로 눈을 돌린다. 작품 제작 원가가 한화로 7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알려진 데미언 허스트의 포름알데히드에 절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년 제작)’이란 작품을 14년이 지난 2005년 800만달러에 구입한 것은 미술계의 빅뉴스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 매입과 관련해서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작품을 사려고 할 무렵 수조 안에 있던 상어가 부패하기 시작했고 작가인 데미언 허스트는 상어를 새로운 것으로 바꿔 설치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조차 코헨이 작품을 구입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밖에 재스퍼 존스의 ‘깃발’은 1억1000만달러에, 앤디 워홀의 ‘청록 마릴린’은 8000만달러에, 윌렘 데쿠닝의 여성3(Woman3)을 1억7000만달러에, 그리고 제프 쿤스를 비롯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하고 매입했다. 컬렉션에 뛰어든 이후 코헨의 행보는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현재 그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400여점이다. 미술관을 제외한 개인의 소장품으로는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의하면 현재 개인자산 운용회사 ‘포인트72’를 운영하고 있는 스티브 코헨의 자산은 130억달러로 세계 30위권의 부호 반열에 올라있다고 한다. 아마도 코헨은 세계에서 ‘예술작품을 단지 부를 소비하는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부를 창조’하는 수단으로 가장 잘 활용한 사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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