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저격수’라 불리며 재벌개혁을 꾸준히 외쳐왔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향후 공정위 행보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고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앞으로 공정위가 삼성을 비롯한 4대 재벌개혁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이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 등이다.

또 지난 18일 김 후보자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업계 개선을 위해 ‘공정위의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볼멘소리도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언론을 통해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을 ‘시장의 적’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사회적 분위기”라며 “물론 대기업이 모두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vs 골목상권’의 구도로 몰아간 과거 정부들도 문제가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과연 대기업을 ‘시장의 적’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본질적인 잘못인지, 아니면 김 후보자의 현실인식이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합쇼핑몰은 최근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 상인들에게 최대 관심거리다. 크게 신규 출점시 입지 제한과, 이미 들어선 복합쇼핑몰의 경우에는 영업시간 제한이 화두다. 반경 15㎞에 이르는 복합쇼핑몰의 영향력은 대형마트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소매업·음식점업·개인서비스업 3개 업종의 사업체 314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2014년 11월)를 보면, 대형쇼핑몰 출점 이후 4년간 소상공인 1개 사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약 1억6176만원이 줄었다. 또 대형쇼핑몰 출점 전 3년 동안 사업체 당 월평균 매출액은 2898만원이었지만, 출점 이후 4년간 월평균 매출액은 1550만원으로, 1348만원이 감소했다.

복합쇼핑몰의 등장은 유통 대기업의 무조건적인 확장일변도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복합쇼핑몰 이전에 골목상권을 가장 위협했던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정체됨에 따라 그 타개책으로 덩치를 더 키운 것이다. 실제 (사)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수가 2011년 445개에서 2014년 489개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매출증가율은 2.9%에서 -3.4%로 감소했다. 대형마트 수가 경제규모에 비해 이미 포화상태라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1년에서 2015년 대형마트 매출증가율이 감소추세였음에도 대형마트 규모의 3~4배에 달하는 복합쇼핑몰은 31개가 늘어났다.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있는 파이를 더 가져가기 위한 대기업들의 전략인 셈이다. 복합쇼핑몰을 통해 독점하겠다는 유통시장 파괴 행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자본과 규모만으로 승부하려는 유통공룡 대기업들의 영업행태에서는 ‘상생’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형마트가 그렇듯 복합쇼핑몰 성장이 한계에 이르면, 또 어떤 유통괴물이 등장할지 모른다.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고 싶다면, 자본과 규모를 무기로 인근 상권을 초토화했던 기존 경영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 vs 골목상권’의 구도가 그릇된 정책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유통업계가 공멸하지 않으려면, 우리사회 공동체와 상생하려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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