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앞서 ‘기업을 살리려는’ 민간투자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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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앞서 ‘기업을 살리려는’ 민간투자자 필요” 재무적 조정 이후 매출발생이 관건…유암코 김두일 구조조정본부장

기사입력2017-05-22 10:3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필요자금을 조달하려는 ‘멀쩡한’ 중소기업도 은행문턱을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설사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회생하기가 쉽지 않다.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유암코’가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소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기업회생지원펀드’를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갱생’을 목표로 하는 민간 투자자 필요하다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UAMCO)’는 8개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두일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 UAMCO)’ 구조조정본부장은 “회생을 인가받기 위해선 돈이 제일 중요하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당연히 신용등급도 문제가 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갱생형으로 나오는 모델이 드물다”며 “중소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이처럼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 자금조달이라는 점을 공유하면서 서울중앙지법과 협약업무를 체결하게 됐다. 회생기업 상태에서 운영자금 조달이 힘든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기업회생지원펀드’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그 기업은 끝났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수급기업인데, 원사업자가 안정적인 거래처를 원하다 보니 거래가 끊겨 어려움을 겪는다. 은행은 법정관리든 워크아웃이든 이벤트가 발생해야 움직인다. 대기업이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해 놓고 갑론을박이라도 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방도가 없다.

“따라서 민간차원에서의 투자자 육성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싼 값에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후 비싼 값으로 되파는 다시말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벌처펀드(Vulture Fund)’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갱생’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 육성이 필요합니다.”

“오너가 법정관리인, 외부투자자 찾기 어려워”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많은 기업이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을 성장시킨 오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중소기업 특성상 오너의 영향력이 크고, DIP제도(관리인 유지제도)하에서 오너가 법정관리인이 됩니다. 하지만 기존 오너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모델에 참여할 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지기도 합니다.”

김두일 구조조정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과 협약업무를 체결해, 회생기업 상태에서 운영자금 조달이 힘든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회생지원펀드’를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전체를 살릴 수는 없다. 기업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고, 그 중에서도 살릴 수 있는 영업분야는 어딘지, 포기해야 할 부분은 어딘지, 회생과정에서 유지할 수는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오너 입장에서 어느 한 부분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자금만 투입해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만, 외부투자자는 손익을 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채권자도 고통을 분담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오너도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고통분담을 전제로 투자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재무적으로 조정 끝나도 회생한 것은 아니다”

이와함께 재무적으로 구조조정이 완료됐다고 해서 기업이 회생됐다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재무적 구조조정이 시작이지만, 구조조정은 복합적으로 진행됩니다. 사업분야와 내부 통제시스템 정비, 인력지원 등 다양하죠. 흔히 재무적으로 조정하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오너와 임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통분담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수출이든 내수든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 시점의 징후는 많다. ▲영업매출이 지속적 감소하고 ▲할인판매를 통한 현금확보 비중이 높고 ▲주요 거래처의 이탈 및 축소가 발생하고 ▲불량재고나 반품재고가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부실화 징후다. 또 ▲설비가동률 저하 ▲재무적 측면에서 지속적 부의 마이너스 ▲매입채무의 적체 ▲기타 과도한 차입 등도 있다. 이러한 징후들은 하나씩 오지 않고, 대부분 한꺼번에 몰려서 나타난다.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이 예상만큼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을 경우 투자금에 대한 금융부담이 나타나는데, 이는 중소기업이 많이 겪는 구조조정 사유입니다. 주주인 오너, 임직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자기’만 내세워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유암코 구조조정 본부가 생기고 26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회생을 통해 직접고용만 2800명, 간접·외주고용을 합하면 1만명 가깝게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