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구두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대통령 구두라고 하면 으레 광이나는 명품 구두일 것이라는 편견을 깬 색이 바래고 구겨진 낡은 구두여서다. 더구나 이 구두는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 브랜드 제품이었다. 대통령이 신은 ‘AGIO’는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기업 ‘구두만드는풍경’의 자체 브랜드다. 이 기업이 2012년 국회에서 판매행사를 할 때 문 대통령은 이 구두를 샀다고 한다.

구두만드는풍경은 2010년 1월에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40년 경력의 구두 장인 한 명과 청각장애인 여섯 명이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수제화를 만들었다. 그들은 최고의 제품은 언젠가는 인정받는다는 믿음과 신념으로 정성을 다했지만, 2013년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중소기업 제품이 진입하기엔 시장의 장벽이 너무 높았고, 무엇보다 장애인이 만든 제품은 하자가 있을 것이라는 세상의 편견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반한 기업 548곳의 명단을 보면, 국회와 서울특별시교육청 등 국가·자치단체 8곳과 공공기관 19곳도 포함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반기업에 취업을 하지 못한 장애인들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기업이 거의 유일한 일자리다. 하지만 장애인기업의 사정도 녹록하지 않다. 장애인기업이 만든 제품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은 탓에 장애인기업의 경영상 어려움도 많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장애인기업 대표는 “대기업의 품질시스템을 도입해 품질에서 만큼은 일반기업 못지않은 자신감이 있다”면서도 “기업규모가 어느정도 크고 알려지기 전에는 장애인기업의 제품은 불량이 많을 것이라는 인식때문에 사업을 수주하는 일도,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애인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우선 사라져야 하고, 규모의 영세성 그리고 재원조달과 판로개척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 시설 혹은 한 기업에 모아두고 그들끼리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장애인 복지가 아니다. 훈련을 통해 사회경험을 쌓고 사회 속에 섞여 사회의 일원으로 생산에 참여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복지다. ‘발이 편한 신발’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경영악화로 끝내 시장에서 사라진 구두만드는풍경과 같은 안타까운 기업이 더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