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설연휴, 군사작전을 하듯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철수하고, 그렇게 공장 가동이 멈춘지 1년3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전면중단을 결정했던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뒷수습은 새 정부 몫으로 넘겨졌다.

지난 4월 (사)개성공단기업협회장으로 선출된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이사는 2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을 빼 놓고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수 없다”며 “정권은 바뀌었지만, 책임의식을 가지고 정부가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기업이 살아 있어야 재가동도 의미가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신한용 회장은 “개성공단을 빼 놓고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수 없다”며 “정권은 바뀌었지만, 책임의식을 가지고 정부가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신 회장은 “입주기업이 신고한 피해금액은 9400억원인 반면 정부가 산출한 피해금액은 신고금액의 82% 수준인 7779억원이다. 이 중 실제로 지급된 돈은 입주기업을 위한 대출금과 보험료 등 총 5000억원”이라며 “언론에서는 마치 5000억원이 124개 입주기업의 몫인 듯 얘기하는데, 이는 입주기업들의 고객이나 협력업체에 보상해야 할 것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산출한 금액이 실질적인 피해금액이라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하자. 문제는 재가동이 요원한 상황에서 기업을 유지할 운영자금 지원이라도 지속돼야 하는데, 지난 정부에선 그런 지원이 미약했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 돼도 기업이 살아 있어야 의미가 있지 않나. 개성공단이 열려도 재가동 할 돈이 없으면 재가동을 할 수 없다. 현재 여러 방도를 찾아봐도 해외투자는 부담이 되고, 또 향후 개성공단 재입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폐업신고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 한 고병선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피해가 크다고 하면, 고객들이 불안해하고 주문이 끊길 우려가 있다. 또 피해가 적다고 하면 지원이나 보상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나오니, 입주기업 입장을 말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보상을 놓고 차별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입주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받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변화에도 개성공단 유지할 제도적 장치 필요”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발생한 피해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피해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개성공단 1단계 개발계획 예정지 100만평 중 약 40%에 해당하는 지역에만 124개 입주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나머지 60% 지역은 정부의 5·24조치로 묶여있다.

개성공단 초창기 입주기업인 ㈜에스제이테크의 유창근 대표이사는 “업종에 따라 수익을 단기에 회수할 수 있는 업종이 있고, 장치산업 같이 수익을 장기적으로 보는 업종이 있다. 하지만 단기회수가 가능한 업종들도 앞으로 확대될 개성공단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해놓은 상황이었다”며 “단순히 이번 전면중단만을 놓고 손해를 봤니, 보상을 해줬니 하는 이분법으로 딱 잘라서 말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천안함 사태 이후 5·24조치로 신규투자가 제한됐다. 개성공단도 5·24조치 이전에 투자한 것만 인정됐다. 그러다 보니 부지는 사놓고 건물을 못 짓는 경우도 있다. 또 애초 계획에 따라 기숙사를 지어주겠다고 했는데 이행되지 않았고, 5만4000명의 입주기업 근로자들이 버스로 두세시간 거리를 출퇴근하는 불편함도 겪었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현재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개성공단 재가동과 현재 기업운영에 필요한 지원대책을 조사중이며, 이를 새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사진 왼쪽부터 고병선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이사, 신한용 회장.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전제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의 공통된 요구는 안정적인 공단운영이다.

고병선 부회장은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만 입주기업도 일을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다시 입주했다가, 5년 후 다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입주기업이 들어갈 수 없다”며 “현재 입주기업이 일을 할 수 있는 신뢰가 깨어진 상태다. 새 정부에서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정치적 변화에도 개성공단 가동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분명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부자재 구입, 고용유발, 세금납부…남측에서 발생”

신 회장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이 필요하다. 초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현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개성공단이 그 돌파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해외기업들은 원부자재를 현지에서 구입하지만, 개성공단은 남측에서 구입하고 협력업체도 남측 기업이다. 남측에 세금도 내고, 고용도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10만명 규모다. 북측에만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지난 정부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핵자금을 도와줬다고 해, 입주기업들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며 “협회에서 당장 필요한 대책과 향후 재가동에 필요한 조치 등 의견을 모아 새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은 물론, 공단규모를 공단부지 600만평과 배후단지 1200만평 등 총 2000만평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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