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유통업계가 유사한 경험을 한 일본의 유통산업 대응전략을 참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25일 한국무역협회와 한일경제협회가 공동주최한 ‘다시 보는 일본시장’ 세미나에서 ‘한일 유통시장 동향과 전망’을 통해 “국내기업들이 유사한 시기를 겪은 일본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글로벌 유통기업의 대응전략을 통해 국내 기업들도 미래를 예측·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1990년 버블경제가 터지면서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당시 불황기와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상품을 비교할 경우 비슷한 특징이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붕괴 직후였던 1990년대에는 가성비가 좋은 곱빼기 덮밥, 저렴한 PB, 소비세환원세일, 100엔샵, 경차 등이 크게 유행했다. 최근 한국은 저가음료, 소형SUV, 샤오미, 편의점도시락 등이 유행하고 있다. 두 시기의 상품은 공통적으로 가성비, 절약, 작은사치를 통한 위안, 1인소비시장 등이 특징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이 교수는 일본 유통산업으로부터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불황기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돼 온 20년간 일본 유통기업은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2012년 세계 소매기업 TOP 250위에 일본 유통기업은 39개나 올라있다. 한국 유통기업이 4개(롯데쇼핑, 신세계이마트, 이랜드, GS리테일)인 것과 비교하면 10배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양한 유통업태를 발전시킨 게 요인으로 분석된다. 소매점은 과거 단순히 물건만을 파는 공간이 아닌 전문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확대됐다. 편의점, 전문점, SPA, 드럭스토어, 복합쇼핑몰이 대표적이다.

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해 소비자를 만족시킨 것도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일본의 대표적인 도심형 할인점인 돈키호테는 단순히 물건을 싸게 파는데서 그치지 않고, 쇼핑에 재미를 더했다. 즉 고객이 재미를 느끼며 쇼핑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건을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상품분류와 배치에는 순서도 규칙도 없다. 근무하는 직원조차 물건을 찾지 못하는 정도다. 대부분의 유통기업이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상품분류를 하고 깔끔하게 정돈해 진열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물찾기를 하듯, 매장을 탐험하면서 고객들이 물건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겠다는 게 창업주 야스다 타카오의 전략이다.

이 교수는 “일본 유통기업들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서비스에 스토리와 재미를 더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국내 유통기업들도 상품과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배송, 가성비, 웰빙트렌드 제공도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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