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여부나 노동의사와 관계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의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빈민·저소득층 등 필요한 계층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선별적 복지’와 달리, 모든 국민에게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청년구직촉진수당 등 ‘생애맞춤형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공약하면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 제도는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약에 따르면, 0~5세의 아동에게는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취업준비생에게는 최대 9개월간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또 고용보험 미가입 여성에게는 3개월간 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현행 월 20만원에서 2018년 25만원, 2021년 30만원까지 인상한다. 이는 현 복지정책의 취약점을 개선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재원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단위:%, 전국 만 19~59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복수응답 포함.<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기본소득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행 복지정책에서는 예를들어 ‘가난을 증명’ 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생활여건이 갖춰져 구직활동도 활발해 질 수 있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이러한 기본소득으로 빈곤문제가 해결되고, 빈곤에서 발생하는 복지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마디로 ‘부자에게 왜 돈을 주느냐’는 반대입장도 있다. 또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6470원(월 135만2000원, 14세 이하는 성인의 4분의 1인 33만8000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정부의 지난해 총지출인 386조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735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세금을 올릴 수 밖에 없고 결국 국민의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또 기본소득이 없을 때는 생활비를 벌기위해 직업을 구하려 할 것이지만, 일정소득이 생기면 누가 굳이 일자리를 찾겠느냐는 의문도 던진다. 이와함께 생계비의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부결됐지만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있었으며 네덜란드, 나미비아,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특히, 핀란드는 올해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실업자 2000명에게 월 550유로(한화 약 7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2년간 기본소득을 지급해본 뒤 정책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정책 시행이 시행된지 2개월만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핀란드 정부의 분석이다. 기본소득이 생김으로써 취업을 포기하고 먹고 놀겠다는 사람은 4% 정도이고, 생활이 안정돼 취직이나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 뿐만 아니라, 학교 출석률이 증가하거나 가계의 저축이 늘어나고 고용률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사례가 적지 않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금,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공론화 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