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의 중복된 중소기업 정책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신설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기부가 신설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기부의 각종 정책 역시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정책과 중소기업정책이 불가분의 관계이고, 산업과 기업 정책을 구분해 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주영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토론회’에서 “동일목적, 동일대상인데 소관부처만 다른 중복사업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이 주요 국가 시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주무관청이 중소기업청이 아닌 타 부처에서 단독으로 시행하는 사업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중기청은 305억원의 규모로 15개 대학에 창업교육, 창업분위기 조성 등을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도 20억원을 들여 12개 대학에 창작교육·분위기 조성을 지원하는 ‘창조캠퍼스’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은 대다수가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정책과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자료=‘소상공인 정책토론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맞춤형 정책개발이라는 명분아래 유사한 지원사업을 다수의 공공기관이 진행하고 있다. 자금의 경우 중소기업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관련기관과 정보통신연구진흥원·기계산업진흥원·환경관리공단 등, R&D는 산업기술진흥원·농림기술센터·디자인진흥원·전자통신진흥원·문화컨테츠진흥원 등, 인력은 문화컨텐츠진흥원·소프트웨어진흥원·산업기술진흥원·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수출은 KOTRA·문화컨텐츠진흥원·한국전자거래진흥원·한국환경산업협회·산업기술시험원 등, 정보화사업은 정보사회진흥원·산업기술보호협회·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이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지원사업이 중복시행되는 이유 중 하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특히 2008년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폐지되면서부터 두드러진다. 중기특위는 김대중 정부가 1998년 범 정부차원의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직속기구로, 장관급 위원장과 산업부 등 13개 중앙부처 차관급 및 민간전문가 22인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인수위에서 폐지결정을 내렸고, 대신 ‘중소기업영향평가제’와 ‘중소기업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중기특위가 있을 때 각 부처의 중소기업 지원예산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2008년 폐지 이후 총괄기능이 사라져 중소기업 관련 중복사업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을 분리해 집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날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산업부는 산업정책이 중심이며, (중소)기업정책 보다는 산업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정책의 수요가 정책 대상에서 발생함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조사관은 “산업정책과 중소기업정책은 불가분의 관계로,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포함한 기업성장 지원정책은 산업정책의 큰틀에서 연계·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부처 신설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또 “중기부가 신설될 경우 산업부와 중기부의 각종 기업지원 정책이 중복될 우려도 존재한다”며 “중기부 신설보다는 기능별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 소속기관으로 남겨두는 것이 정책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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