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경찰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안전은 뒤로하고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안위를 지키려는 그들의 사명감에 대해 고맙다는 말도 부족하다. 하지만 존경받아 마땅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불명예가 있다. ‘과잉진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정부에서 ‘인권의식’이 결여된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에 맞아 쓰러진지 1년여 만에 유명을 달리한 백남기 농민. 당시 경찰의 과잉대응이란 비판이 거셌고 이어진 ‘시신부검’ 논란까지, 상식을 벗어난 경찰의 모습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경찰의 과잉진압 역사는 오래됐다. 가깝게 1980~1990년초 군부정권 하에서 백골단으로 불리는 사복경찰의 횡포는 공포 그 자체였다. 민주정부 수립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05년 열린 전국농민집회에 참가한 2명의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급기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까지 했지만, 역사는 노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9년에는 용산 재개발 대상 건물에서 농성중인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있었다. 앞서 임기초 레임덕 사태로 몰고 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 등장한 ‘명박산성’은 공권력의 남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경찰의 이러한 과잉진압을 막기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없지 않았다.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잇따라 살수차 안전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자, 경찰청은 살수차 관련 운영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명박산성’이란 조소를 불러일으킨 차벽은 배치하지 않겠단다. 각종 비난을 받고 있는 살수차는 예외적으로만 출동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권 교체 직후 지침개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 한 셈이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경찰은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직사살수 요건을 제한한다고 했다. 직사살수는 인명에 치명상을 줄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올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도 사람을 향한 경찰 살수차의 직사살수는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살수 조건을 일부 제한하긴 했지만, 직사살수를 금지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의견을 경찰이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농민집회에서 2명의 농민이 과잉진압에 사망한 직후 ‘대국민 사과문’ 통해 이렇게 밝혔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경찰의 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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