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농협·수협 상호금융사가 ‘서민금융’ 지원에 쓰여야 할 휴면예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올해까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사용해야 할 9313억원의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을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가 수익으로 처리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은 ‘서민금융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휴면예금’에 해당되며,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서민금융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 또 출연대상 휴면예금중 30만원 이상의 휴면예금은 원권리자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출연하기 1개월 전 원권리자에게 출연을 통지해야 한다. 출연 이후에도 원권리자가 지급을 요구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출연받은 휴면예금에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의 원권리자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청구금액, “고객의 돈이지 금융회사의 돈이 아니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기앞수표 원권리자가 자기앞수표를 결제용으로 사용해 최종 소유자를 알 수 없어도, 그것을 이유로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를 금융회사 수익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며 “그 돈은 ‘고객’의 돈이지 은행 등 금융회사의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출연통지 대상 기준도 모든 휴면예금이 아닌 30만원 이상 휴면예금이며, 따라서 10만원 정액권 자기앞수표는 원권리자 통지대상에서 제외돼 당연히 재단에 출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을 가장 많이 챙긴 상위 5대 시중은행은 국민은행(2371억원), 우리은행(1277억원), 신한은행(938억원), KEB하나은행(772억원), 농협(679억원)이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지방은행을 포함 전체 시중은행에서 7936억원, 농협과 수협 상호금융사가 1376억원의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금액을 잡수익으로 처리했다. 은행권이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 금액 4538억원의 1.75배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박 의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은 2008년 이후 2016년까지 모두 4538억원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했지만,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은 단 7억원만 출연했다.

박 의원은 “이제라도 자기앞수표 장기 미청구 금액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야 한다”며 “현행법만으로도 미청구 자기앞수표 금액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이를 누락하지 않도록 법조항을 개정해 출연 의무를 좀 더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법 조항에 ‘예금을 출연할 수 있다’고 명시, 위법 아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법 조항에 ‘예금을 출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은행의 잡수익에 포함된다고 하지만, 해당금액을 은행이 보관하고 있다고 몇년 후라도 원권리자가 나타나면 지급 후 손실처리하기 때문에 은행이 고스란히 가져간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권리자에 대한 통보가 수표의 경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이에 대한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이고, 서민금융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지 은행 등이 법을 어겼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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