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경제성장률, 풍부한 노동력, 내수시장 확대 등 아세안(미얀마,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10개국)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해당국가들의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무역자유화를 위해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없애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FTA를 적극 활용하자는 주문이 나온다.

지난 10년간(2006~2016년) 한국의 아세안 교역액은 618억1000만달러에서 1188억4000만달러로 2배가량 늘었다. 연평균 6.8%에 달한다. 투자도 대폭 늘어 2014년 기준 한국의 제2위 투자지역으로 부상했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뒤잇는 글로벌 생산거점이자 신흥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탓이다. 특히 올해는 한·아세안 FTA 체결 10년차로 추가적인 관세인하 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아세안 국가로의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세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기업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 조사에 따르면, 2000년 1634건이던 아세안 국가의 비관세조치 건수는 2015년 5975건으로 약 3.6배 늘었다. 특히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비관세 조치 건수는 연평균 20% 증가했다. FTA체결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로 보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무역기술조치(TBT)와 위생검역(SPS)이 각각 43.1%, 33.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무역기술조치는 시장에 생산·수입·유통되는 상품에 대한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를 말한다. 위생검역은 동식물의 해충 또는 질병, 식품, 음료, 사료 등의 첨가제, 독소, 질병원인체 등에 대해 검사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아세안 수출 주력품목인 전기·전자, 기계류, 운송기기 등 대부분이 비관세 조치 품목에 해당한다.

반덤핑, 상계조치, 세이프가드 등의 수입규제도 만만찮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국가의 對 한국 수입규제는 2014년부터 대폭 증가해, 지난해 9월말까지 신규 수입규제 건수는 2013년의 4배를 넘어섰다.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과 세이프가드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사회안전, 국민건강 등의 이유로 개별국가에서 적용하는 비기술적 수입규제도 존재한다. 예컨대 필리핀은 3톤이하 차량, 6~12톤 버스, 2.5~6톤 트럭 등 중고차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또 태국으로 황다랑어를 수출하는 경우에는 수산부로부터 수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아세안 수출입기업의 약 83%는 300명미만의 중소기업이다. 정보, 인력 등이 부족한 탓에 수입규제조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우선 비관세 장벽을 넘기위해 수출기업이 FTA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아세안 FTA 활용률은 43.7%(수출기준)에 불과하다. 한국이 체결한 여타 협정 활용률(72.2%)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특히 수출규모가 큰 전기·전자, 기계, 섬유 분야 등의 FTA 활용률은 더 낮다.

FTA를 활용하면 각종 비관세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무역자유화를 위해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아세안 FTA협정문을 보면 제8조에서 수량제한, 비관세 장벽 및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와 관련해 양국가가 임의로 비관세 장벽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기술하고 있다. 기술장벽, 위생검역을 실시할 경우 통보의무와 절차 등도 명문화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비관세조치작업반’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세안 수출입 실적이 있는 국내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비관세 장벽 애로완화(45.9%)’를 수출경쟁력 상승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문가들은 FTA활용률을 높이고 동시에 정부가 진행중인 FTA 추가자유화 협상에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지난 3월부터 아세안과 제15차 추가 자유화를 논의하고 있다.

▲동일 제품에 대한 수입국과 수출국의 HS품목번호 상이 ▲수입국에서 자의적인 품목분류로 상호대응세율 부과 ▲원산지증명서상 서명과 발급기관의 온라인상 전자서명이 상이함에 따른 원산지증명서 불인정 ▲국가별로 사후적용의 신청기간 및 요건 상이 등을 한·아세안 FTA활용시 애로사항으로 국내기업은 꼽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아세안은 10개 국가로 이뤄져있어 국가별로 원산지 규정 등에 차이가 있는데, 우선 이러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우니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다른 기업 한 관계자는 “진출국가의 세관 당국 그리고 현지기업들의 인식부족과 비협조적인 태도도 FTA활용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라며 “정부차원에서 협력을 확대해 수출국 관세 실무진에게 FTA활용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김정덕 선임연구원은 “몇 차례의 추가 자유화를 통해 과거에 비해 절차와 제도가 간소화·투명화되긴 했지만, 기업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며 “이행위원회를 통해 기업의 FTA활용 장애요인을 점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은 아직 제3차 개정의정서가 발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 조속한 발효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관련 산업부는 아세안 진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운영중인 ‘ASEAN 사업전담반’의 각종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지의 기술규격, 적합성 평가요건 충족을 위한 제품 및 기술개발을 위한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아세안에 ‘FTA 활용지원센터’를 추가로 열어, 현지 투자진출 지원 체계도 강화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전세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지만, 애로가 있는 중소·중견기업은 주저말고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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