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지속된 저성장 기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3.1%)보다 높은 3.5%로 예상했다. 지난 1월에 발표한 기존 전망치 보다 0.1%p 상향 조정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또한 지난해 2월 기준 상승세로 돌아서, 올해 3월에는 2015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100)를 회복했다.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후의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선행종합지수가 100이상이면 경기팽창, 그 이하면 하강을 뜻한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약간의 회복세는 존재해 왔으나, 이는 특정지역에 흩어져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회복세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회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를 반영하듯 전세계 교역량과 산업생산도 일제히 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정체됐던 세계 교역액은 지난해 초부터 전년 동기대비 감소폭이 줄어 11월부터는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세계 산업생산도 늘어 지난해 4/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11분기만에(2014년 1/4분기 이후) 1%를 상회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세계경제 회복에 따라 국내경기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 국내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EU와 일본의 對한국 수입증가율은 각각 30.2%, 15.3% 늘었다. 반면 EU와 일본의 對세계 수입증가율은 –7.7% 감소하거나 8.7% 증가하는데 그쳐, 국내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이르나, 세계경제 호황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김경훈 수석연구원은 2일 발간한 ‘세계경제 회복 전망과 주요국 수입 호조품목 점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세계시장의 수요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해 IT·자동차·항공·의약품 등 수요가 늘고 있는 업종에 수출역량을 집중하자는 얘기다. 특히 IT분야에서는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R&D투자와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또 보고서는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호조가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예컨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 인센티브 제공, 창의적 스타트업 육성 등 기업환경을 개선하려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수출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서비스업 수출을 활성화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 사드갈등 등 대외적인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 보고서 역시 “세계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보호무역주의와 금리인상, 유가하락, 정치적 불확실성 등 세계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확대를 위해 사드 제재 관련한 중국정부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방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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