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유지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확정됐다. 기획재정부가 5일 발표한 추경안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를 포함해 8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개선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 지원책을 담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개선을 통해 근로소득과 가계소득을 늘리고, 가계소비와 기업생산을 선순환시킬 수 있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밑그림이 나온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이외 추경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큰 정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다. 노인일자리 확충 및 급여단가 인상(22만원→27만원), ‘치매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한 치매안심센터 증설(47개소→252개소), 보육·보건·요양·사회복지서비스 인력 확충(5만3000명)을 통해 복지수요 일부를 정부가 부담한다. 가계와 민간영역으로 떠 넘겨진 복지수요를 정부가 분담함으로써 가계의 부담도 덜고,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은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 속에서 과실을 독점했던 대기업, 그 토대 위에 기생했던 일부 언론과 관료, 관변학자들의 저항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재계단체들은 일부 언론 뒤에 숨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일부 언론과 야당의 무차별적 공격은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기득권세력의 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보다 강한 톤으로 조직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추경안의 방향은 큰 틀에선 타당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구체적인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추경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고용했을 때, 세 번째 근로자의 임금을 3년 동안 지원(연간 2000만원 한도)하는 ‘중소기업 청년취업지원 사업’ 예산이 포함돼 있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해 마련한 ‘청년내일채움공제’에서 정부지원 한도액도 6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렸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근로자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족지혈도 되지 않는 수준의 지원이다. 추경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예산과 메시지로는 새 정부가 중소기업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향상 및 임금 지불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간 협상이 목전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또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근로시간 단축 논의도 시작될 것이고, 이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협의 과정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정부와 반목한다면 소득주도 성장 전략의 중추세력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재벌대기업은 하나로 묶여질 것이고, 그 반대편에 근로자가 서있는 과거의 지형의 그대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아주 빠른 시간내에 나와야만 하는 이유다.

예산 회기 중반에 출범한 새 정부의 한계로 당장 돈을 만들 수 없다는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메시지를 주는 일이고,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피해를 보전해 줄테니, 동요하지 말고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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