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55.9%가 기업경영의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내수부진을 꼽았다. 유통과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하면,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를 포함, 정부가 내수부문에 지원하는 예산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18개 중앙부처 및 17개 지방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예산 내역을 보면 ▲금융 56.1% ▲기술 17.9% ▲인력 10.3% ▲경영 7.1%, ▲수출 3.8% ▲창업 3.1% ▲기타 1.3% ▲내수 0.4%다.

내수부문 지원예산도 적은데 비중 또한 감소세

내수부문 지원예산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그 비중 또한 연평균(2015~2017년) 6.6%씩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창업과 수출부문 지원정책이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능별 중소기업 지원예산

단위:억원, 개, %<자료=중소기업청>

중앙부처의 내수지원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목적으로 한 내수시장개척·마케팅·인프라조성 등의 지원사업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하는 마케팅지원사업, 공공구매제도운영, 중기제품거래활성화, 중소기업판로지원 종합정보시스템 등의 지원사업이 있다. 산업부에서는 유통물류기반조성사업, 조달물자 계약 및 관리, 섬유패션산업활성화 기반마련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농림부는 전통발효식품육성 지원사업 등에 내수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저성장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늘리는 일은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해외수출까지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통해 기반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중기청·중기중앙회의 중소기업실태조사결과(제조업)를 보면, 중소기업 전체 판매액중 내수판매 비중은 2015년 기준 91.3%에 이른다. 또 같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판매액에서 대기업 또는 다른 중견·중소기업에 납품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77.5%다. 이같은 통계치는 중소기업이 직접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中企 “물건 팔 곳 없다”…내수기반 성장 환경 필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은 “물건을 팔 곳이 없다”고 하소연 하는 게 당연하다. 어렵게 제품을 만들어도, 이후에도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CEO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가 대통령이 중점을 두어야 할 국정키워드로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꼽았다.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유통경로를 대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통환경을 만들고 중소기업 유통채널을 키워나가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와관련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선임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게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출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내수시장에서 규모를 키워 수출까지 성공한 경우가 많다. 이 부문의 지원을 늘려 내수기반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경쟁하라고 하면 ‘제 살 깎아먹기’라는 시선으로 내수 활성화를 소외시켰던 경향이 크다”며 “국내시장이 이미 세계화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글로벌 제품 및 대기업 제품과 내수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해외시장으로 나가라고만 할 것이 아니다”

국내시장의 유통구조를 보면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이들 온·오프라인 유통구조에 접근하기조차 어렵고 판매 역시 쉽지 않다.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아임스타즈’와 ‘행복한백화점’ 등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만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 두긴 했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서울산업진흥원 김용상 유통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견기업 이상이라면 수출지원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30만개의 제조 소기업에는 수출지원 정책이 적합하지 않다”며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무조건 해외시장으로 나가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내수에서 경쟁력을 키워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내수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에 돈을 쏟아 부어도 경제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그 돈은 재벌과 대기업에 흘러들어가게 된다”며 공정거래가 실현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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