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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대변 ‘노동회의소’ 노조가입 10% 불과…기본권 실질보장 법정 상설기구, 대한상의와 상응

기사입력2017-06-11 08: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달 25일 국정기획위자문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때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노동존중사회’였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았던 당시 사회분과 자문위원들도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공약으로 내건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노동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해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대다수의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탈피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관련해 가장 먼저 약속한 것은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 수립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나눠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취업형태 다양화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사회적 대화기구’ 만든다…ILO 핵심협약 비준 관건

이 과정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 설립을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후 정부의 공식기구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의 10% 내외, 그 중 절반만을 대표하는 한국노총만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왔다. 그것도 철수와 복귀를 반복했고, 지난해 1월 한국노총마저 철수하면서 사회적 대화는 자취를 감췄다.

공약에 따르면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부문에서 경영계 대표와 비정규직·하청업체·직원·청년·여성 등 노동자 대표가 함께 참여한다. 대화를 통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과 같은 고용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 강화와 같은 고용 연계 복지영역까지 타협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노동계를 들러리로 내세우거나 배제한 이명박·박근혜정부와 비교된다는 평가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양대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또는 검토의 전제조건으로 노정교섭과 신뢰회복을 강조하고 있어, 관련 노동현안 해결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중 하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비준 문제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에게 ‘근로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제33조는 근로자에 대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강제 노동(의 개념을 정의한) 협약 ▲강제노동 철폐협약 등 ILO 4대핵심협약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에 가입은 했으나,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 온 것이다. 대통령은 공약에서 ILO 4대핵심협약을 비준해 국가위상에 걸맞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준 이후 관련 국내법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타협이 필요해,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문재인정부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노조가입률 높이기 위해 관련법 손질한다

이밖에 현재 10%에 불과한 노동조합 가입률도 획기적으로 높인다. 개별 노동자는 노조가입을 통해 뜻을 모으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1900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가운데 노조에 가입된 비율은 겨우 10%에 불과하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노조가입률을 높여 노동자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 설립규제 개선, 교원 및 공무원 등의 단체교섭권·행동권 제약 완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처벌 강화 등을 약속했다. 또 노사자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정지침을 폐기하고 행정지도도 중단한다. 박근혜정부가 시행한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추진 중단,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변경지침’ 즉시 폐기, 자의적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 행정지도 중단도 포함된다.

실제 노동계가 제1의 적폐로 지목한 고용노동부의 양대지침 폐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기준을 제시하고, 노조(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대지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을 가능하게 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중 국정기획위가 양대지침의 폐기를 요구했고, 고용노동부에서 문제되는 부분을 수정·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사용자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개악할 수 있도록 한 박근혜정부의 행정지침과 성과연봉제부터 조속히 폐기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사회가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고 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조직 노동자 대변하는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치

전체 노동자의 90%에 해당하는 노조 미가입 노동자도 지원한다. 일정기간 고용보험 납부 실적이 있는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해 노조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형 노동회의소’를 설립한다. 노동회의소는 미조직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법정 상설기구로, 대한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역할을 한다. 노동회의소는 또 미조직 노동자 지원을 위한 법률서비스, 직업능력개발, 복지지원사업, 정책연구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경찰관과 소방관도 직장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노동자대표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해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 또 부당하게 해고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서 복직판정(판결)을 받은 경우 사용자의 불복과 관계없이 최초 판정과 함께 복직하도록 법을 개정한다. 사용자가 복직의무 불이행시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를 도입, 단체협약 적용 노동자를 지역 또는 산업 단위로 확대함으로써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근로조건도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