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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사법기관 공정위, 행정부 소속 합리적인가 편제·국무회의 참석 논란…부실한 사건 처리로 신뢰성 도마 위

기사입력2017-06-09 20:1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2015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0대 대형로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패소한 55건의 사건 가운데 공정위 퇴직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건이 44건(80%)이다. 공정위의 패소율은 2012년 4.4%에서 2015년 2월 37.5%로 급증했다.

#2. 2016년 3월 공정위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담합 의혹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해 심의절차를 종료하고 경고처분으로 마무리 지었다. 또 2015년에는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 8개 계열사가 금호산업·금호타이어의 기업어음(CP) 만기를 연장해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는 공정위가 대기업 편을 든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경제검찰로서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사례로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한 것과 관련, 당시 대다수 언론은 ‘불공정거래위원회’란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새 정부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고 평가했다.

공정거래행정의 전제는 공정위의 독립성 확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현행 공정위 구성과 조직을 개선하지 않고는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실한 사건 처리로 공정위 신뢰성 떨어뜨려”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및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는 공정위 신뢰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중기이코노미

한국법제연구원 성승제 박사는 9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및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공정위는 높은 성취도를 보인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그러나 연이은 패소와 잦은 무혐의 결정, 부실한 사건 처리로 공정위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신뢰성이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중 하나인 독립성 부재는 현재 공정위 조직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공정위는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을 포함, 9인의 상임·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된 전체회의가 가장 중요하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나머지 위원들은 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또 임기는 3년(연임 1회 가능)으로 대통령 임기보다 짧아 행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공정위 위원장을 포함 부위원장 모두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추천을 거쳐 위원을 임명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회가 위원 임명과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대통령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반면 그만큼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성향에 따라 위원을 추천하고 임명하면, 정당의 성향이 반영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 설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공정성 및 중립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독립성만을 강조할 경우, 공정거래 정책을 수립하고 입법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강 조사관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며 “이를 염두에 둔다면 공정위가 국회와 거리를 두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 독립성이란 프레임에 국한돼 소통이 안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준사법기관 공정위원장 국무회의 참석 적절한가 논란

이와함께 준사법기관 역할을 하는 공정위가 국무총리 산하 행정부 소속으로 있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또 공정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게 바람직한 지도 논란이 있었다.

강 조사관은 “공정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있다. 공정위가 산업정책을 우선시하는 여러 장관을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면 힘있는 경제부처에 휘둘릴 우려가 없지는 않다”며 “경쟁정책이 산업정책에 희생될 수 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국무회의 출석을 ‘필요할 때만’ 참석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김두진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공개적인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다. 다른 경로로 개입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해상충이 일어나면 유관기관과 협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국무회의 참석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