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과세당국으로부터 5억원이 넘는 세금을 돌려받게 됐다. 계열사 주식을 누나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부과된 양도소득세를 중소기업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덕분이다. 법원 판결이 위장 계열사를 이용한 세금 포탈을 정당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 회장은 차명으로 보유하던 태경화성의 주식을 2009년 누나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기준인 10%의 양도소득세를 냈다. 한화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기 때문에 김 회장이 지배한 회사가 법적으로 중소기업일 리 만무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태경화성을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아 5억원 이상의 세금을 덜 낸 것이다.
이후 2011년 한화그룹이 태경화성을 계열사로 신고했고, 과세당국은 김 회장에게 차명주식을 누나에게 넘기는 과정에 부과된 양도소득세를 중소기업 기준이 아닌 대기업 기준으로 추가 부과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이 불복해 소송을 냈고,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주식거래가 있었던 2009년 당시 태경화성이 중소기업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과세당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경화성을 1983년부터 한화그룹 계열사였다고 판단한 점이 과세의 근거로 들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차명보유 주식을 제외하고 계열사신고를 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태경화성이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한화그룹의 계열사였다는 사실이 확정됐음에도 김 회장에게 부과된 양도소득세율은 중소기업 기준이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과세에 대한 법 해석이 다른 경우에 엄격해야 하며 유추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번 과세가 다른 법령을 유추해석해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법령에 따라 공정위가 결정내린 사항을 이용한 것인지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번 소송이 확정판결은 아니다.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소송을 담당한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 아직 항소 여부에 대한 검찰 지휘는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한다. 대기업의 위장 계열사가 중소기업 혜택을 누리고 이에 따라 재벌총수들이 사익을 누리는 일이 법원 판결로 정당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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