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을의 편이 되는 ‘공정한’ 공정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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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을의 편이 되는 ‘공정한’ 공정위 만들겠다 시장서 1차 분배 공정해야 양극화 해결…경제사회적 약자 보호한다

기사입력2017-06-14 16:5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이 14일 취임사와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고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등한 당사자간의 사적계약이, 전제된 ‘(자유)경쟁’이 아닌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불공정)경쟁’ 구조로 고착된 시장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시장 안에서의 1차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 밖에서의 재분배정책 즉 2차 분배정책만으로는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 이것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차원을 넘어 공정위의 존립 목적이자, 이 시대가 공정위에 부여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우리사회 공동체를 뿌리째 흔들 정도로 심각한 소득·자산을 포함 사회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에서의 불평등한 분배구조라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사회 생산에 따른 부가가치를 재벌대기업이 독식함에 따라 소득·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한국시장의 활력 또한 떨어뜨림으로써 한국경제가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숭배하는 경쟁법의 도그마도 과감하게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법의 중심축을 ‘경쟁’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에서 ‘경쟁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구조를 유지·강화함으로써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공정위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시장에서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정위가 나서겠다는 말이다.

우리사회가 김상조 위원장에게 또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가맹점주·대리점사업자·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그 분들의 호소를 듣고, 피해를 구제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오늘 이후 공정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김 위원장은 빙빙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다. 온갖 억지주장을 동원한 야당의 극심한 반대에도 김 위원장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사회 99%에 해당하는 ‘을’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재벌대기업의 비호 아래 수십년 이상 권력을 유지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그토록 김상조 위원장을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공정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전속고발권 폐지, 사인의 금지청구권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도적인 대안은 국회와의 협치가 필요하다며, 이상과 현실의 요구를 조화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손을 놓지 않겠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공정위가 갖고 있는 행정력을 바탕으로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공정위 소관 하위 시행령 등을 개선하면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불공정위원회’라는 쓴소리를 듣고 있는 공정위 직원들에게도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사건조사 절차나 심의의결 절차 등 업무처리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업무시간 이외에는 공정위 OB(퇴직관료)들이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반드시 기록을 남기라고 했다. 공정위 출신들이 재벌대기업 곳곳에 자리 잡고, ‘전관예우’ 폐습을 재생산할 수 있는 현재의 공정위 업무관행을 당장 중단하라는 당연한 명령이다.

경고 메시지에 이어 자신과 함께 새로운 공정위를 만들어갈 직원들을 보호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문성과 자율성에 근거해 내린 판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고, 그럼으로써 ‘늘공(늘 공무원)’을 보호하는 것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서 자신이 할 일이라고 했다.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재벌개혁론자 김상조 위원장이 키를 잡은 공정위호(號)가 오늘 본격적으로 출항했다. 1945년 해방 이후, 1%에 해당하는 부자 및 (재벌)대기업의 요구보다 99%의 ‘가난한 자’ 및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정부를 가졌던 기억이 단 한번도 없다. 특히 지금껏 경제 관련부처 관료들은 ‘낙수효과’란 거짓말로 99%의 ‘을’에게 “‘갑’이 흘린 부스러기나 먹고 살라”는 억지 ‘경제논리’를 설파하는 돌격대 역할만 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새롭게 탄생한 공정위호가 반드시 성공적인 항해를 마쳐야만, 김상조 위원장이 말한 ‘다이내믹 코리아’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조만간 김상조 위원장이 발표할 재벌개혁 방안에도 오늘 취임사에서 보여줬듯이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