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전·통신기기 등은 5년 뒤 중국에 추월당하고, 자동차·반도체 등도 턱밑까지 추격당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신산업과 핵심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15일 주최한 ‘새 정부 이후 한중관계 전망과 비즈니스 전략 세미나’에서 “이미 중국은 한국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데다, 몇몇 분야의 경우 품질이나 기술 등 질적인 측면도 한국을 뛰어넘었다”며 “국내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가 차세대 제품개발을 위한 R&D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은 2011년 미국을 넘어 세계1위 산업생산 대국으로 부상했다.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산업구조고도화 정책에 따른 결과다. 2006년 ‘11차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2011년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반기계와 석유화학 그리고 선진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전세계 생산에서 1~2위를 차지한다. 생산이 늘면서 자연스레 수출도 증가했다.

이러한 중국의 급성장을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산업 대부분이 제조업으로 국내 주력산업과 겹치기 때문이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보면 한국과 중국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2007년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3.6%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5.6%까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4.3%에서 5.2%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7~2014년까지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점유율이 55.5% 늘어나는 동안 한국 자동차 점유율은 20.9% 증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석유화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7년 4.2%였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4년 7.6%로 3.4%p 올랐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5.5%에서 7.3%로 1.8%p 느는데 그쳤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에 세계시장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5년뒤면 韓中 제품간 품질·기술 격차 사라진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무엇보다 5년뒤면 한국과 중국 제품의 품질, 기술 등의 격차가 거의 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신산업 분야의 경우 한국도 초기 기술력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조철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따라서 신산업 및 핵심 부품소재, 장비 분야의 R&D 지원을 확대해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R&D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2015년 기준 중국의 R&D지출은 2280억달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로컬기업을 중심으로 R&D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자계 기업의 중국내 R&D역할을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로컬업체들의 R&D능력 향상은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일반기계, 통신설비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태양전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중국 로컬기업들이 앞다퉈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2015년 R&D지출액은 583억달러에 그쳐 중국의 1/4 수준이다.

조 연구위원은 제조업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원가절감, 품질향상을 위해 생산방식을 자동화하고 스마트공장 등을 보급하는 방안이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의 밀접한 관계가 중요하다. 수요에 따라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계, 수요기업과 소재 및 부품기업간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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