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중기이코노미

“3~4년 전에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신제품개발비 8000만원 대출 대상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담보를 제공하라는 조건 때문에 결국 대출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은행에 담보가 잡혀 있죠. 집은 이미 기업은행에 담보가 제공돼 있습니다. 담보 조건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업력이 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개발자금 대출 대상기업으로 선정됐으면 담보가 아니더라도 대출이 가능했으면 합니다”(경기도 부천시 S사/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직장생활을 하고 2011년에 창업을 했습니다. 창업초기 기업이 자금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요. 대출을 받으려 하면 매출실적이나 담보를 요구하고요, 엔젤투자나 창업투자자금을 지원받으려 해도 매출실적 저조 때문에 어렵더라고요. 창업초기 기업이 생산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경기도 수원시 K사/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경우에도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창업 초기여서 당연히 매출이 적을 수 밖에 없는데 매출실적이 자금지원의 조건이어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은행의존율이 월등히 높은 가운데 이를 통한 자금조달 시 애로사항은 나아진 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제조업체 300곳(종업원 수 5인이상 300인미만)을 대상으로 지난 12월2일부터 20일까지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외부자금 차입은 ‘은행자금’이 78.4%로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금융기관 자금 차입시 대출조건은 부동산 담보(37.1%)와 순수신용(22.5%), 신용보증서(17.5%) 순으로 집계돼 여전히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또 금리도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많았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높은 대출금리(20.2%)였으며 이어 매출액 위주 한도설정 14.6%, 까다로운 대출심사 13.2% 등으로 조사됐다. 창업초기 기업이나 계절적 요인 등으로 매출이 줄게 되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등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금융기관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창조금융’을 내세우며 기술평가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성장성 평가를 중시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시 과도한 담보요구(11.7%)나 신용보증서 위주의 대출 관행(10.8%)이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된 게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예적금 가입요구(11.1%)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꺾기 관행도 남아 있었다.

중소기업들 과반수 이상은 이같은 금융기관 대출 행태와 관련 대출소요기간(67.5%), 만기연장(62.8%), 심사기준(52.6%), 대출한도(56.0%) 등에서 은행의 대출태도는 변한 게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개선돼야 할 금융 정책과제로 중소기업들은 ‘경기불황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우선 축소’(21.5%)를 가장 많이 꼽았고 ‘정책금융 역할 강화’(18.5%) ‘금융기관의 서류중심 대출심사’(15.3%) 순으로 제시했다.

보증기관의 바람직한 지원방향으로는 ‘매출액 기준 보증한도 탄력 운영’(24.1%) ‘보증료 인하’(20.4%) ‘비재무적 심사요인 비중 확대’(16.4%)를 들었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한편 중소기업의 61.5%는 내년도 자금 수요에 대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기업규모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기업은 내년도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27.2%로 중기업의 18.3%보다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규모별로 세분화된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조달자금의 주요 용도는 원부자재 구입이 29.8%로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 25.6%, 부채상환 18.2%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최복희 정책총괄실장은 “2013년에는 금융권 가계 대출 제약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중소기업 대출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2014년에는 중소기업 대출 규모와 대출 금리의 안정적인 운영 및 소기업 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매출액 기준과 서류중심 대출심사 관행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중소기업 심사 및 평가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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