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모방특허 우려, 기술임치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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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모방특허 우려, 기술임치제로 해결 2700여건(2012년) → 9462건(지난해)으로 급증

기사입력2014-04-19 07:39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임치물 보관설비 모습<사진=중소기업청>

국내 벤처 회사인 N사는 연 15억~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2009년 새로운 기술을 대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후 기술이전을 마쳤는데,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연구소장 및 직원들이 대거 타 회사로 옮겨가면서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폭락했다.

유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유사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기술유출을 입증하기 힘들어 소송도 실패했다. 인력 변동과 함께 기술관련 정보가 분산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회사는 핵심기술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뒤늦게 서비스에 가입했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고자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정보를 제3의 신뢰성 있는 기관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임치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를 방지하고, 핵심기술이 유출되거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개발사실을 입증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2.9%는 거래기업으로부터 기술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3.2%는 거래단절을 우려해 요구기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45.8%가 거래 중소기업의 파산이나 폐업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치제도를 이용할 경우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의 기술탈취를 방지할 수 있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파산·폐업 등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임치물을 이용해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안정적인 사용을 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매개체”라고 소개했다.

기업들이 임치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대기업 등 사용기업에게 핵심기술의 제공을 요구받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기술을 납품공급하는 입장에서 임치제도를 통해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임치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외부 관계자에 의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임치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기술발전이 빠른 업종의 경우 타 업체의 모방특허 등이 우려돼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기업들이 임치제도를 이용해 기술을 보호하기도 한다. 임치제도가 확산되면서 영업단계에서 사용기업에게 해당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하고 싶은 기업들이 임치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술자료 임치제도 이용건수

<자료=대중소기업협력재단>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2008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본격 시행됐으며,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임치건수는 9462건에 달한다. 시행 초기인 2009년에는 연간 120건이 임치됐으나, 2011년부터 상승세를 보인 뒤 2012년에는 2700건이 넘는 임치실적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청은 기술자료 임치제도 이용실적이 대폭 증가하게 된 배경으로 기술자료를 임치한 중소기업에게 개발사실에 대한 법적 추정력을 부여토록 2010년 12월 관련법이 개정된 점을 꼽았다. 기술 보호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의 기술임치가 늘었다는 의미다.

임치자료 대상물의 종류는 크게 기술상 정보와 경영상 정보로 나눌 수 있다. 기술상 정보의 경우 생산제조방법, 시설제품 설계도 및 매뉴얼, 물질 배합비율 성분표, 연구개발 보고서 및 관련 각종 데이터, SW 소스코드데이터 및 디지털 콘텐츠 등이다.

경영상 정보로는 기업의 운영에 관련된 기밀서류들이 임치 대상이다. 또 매출과 관련된 원가, 거래처, 각종 보고서와 매뉴얼도 임치할 수 있다.

임치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고 계약 시 연간 3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갱신비용은 연간 15만원이다.

임치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청서와 기술자료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제출해야 한다. 재단은 임치물의 동일성에 대한 기술검증을 한 뒤 기업 입회 하에 자료를 봉인 후 보관한다. 신청 중소기업이나 임치제 이용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대기업이 임치물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조건에 맞게 열람이나 이용을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기술임치를 한 경우 기술성 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0일 소프트웨어 기술성 평가기준 고시를 개정해 임치자료의 경우 3점 이내의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밖에 방위사업청, 조달청, 중소기업청 등에서 고시나 규정을 통해 임치제도 이용기업에 대해 가점을 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