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외벽에 매달려 작업중이던 인부의 밧줄을 입주민이 잘라 인부가 추락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는 인부가 듣던 휴대전화의 음악소리가 시끄러워,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혀 온 사회가 경악했다. 충북 충주에서도 인터넷수리 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피해자의 서비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피의자의 말이다.

사소한 이유를 들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분노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분노범죄는 분노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1만810건이었던 우발적 폭행 건수는 2014년 7만1036건으로 다섯배 넘게 늘었다. 단순 폭행뿐만 아니라 치사나 살인 등을 더하면, 분노로 인한 범죄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분노범죄의 특성상, 누구나 피해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사회구성원간 믿음이 사라지고, 사회는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분노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해자가 입는 신체적·정신적 피해, 의료비용, 경찰 행정력에 소요되는 비용, 교정기관 운영유지 비용, 경비 등을 환산하면 2007년 기준 1조원에 달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비용은 최소 몇배에서 최대 몇십배 상승했을 것이다. ‘분노’를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정부가 나서 분노범죄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한국사회 전반에 퍼진 경쟁심리, 과도한 스트레스, 결과중시 문화, 사회구조로 인한 좌절, 소외 등을 전문가들은 분노범죄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보건소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분노해결을 위한 상담센터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신과를 찾는 것은 편견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상담소를 운영한다면, 적지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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