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원전 1호기(부산광역시 기장군)가 19일 0시를 기해 영구 정지됐다. 1978년 본격 가동 이후 40년만에 사실상 ‘탈핵국가’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일각에선 전력부족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은데다 무엇보다 값싼 전기사용료에 앞서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라는 인식에 대체로 동의한다.

탈핵국가 선포를 시작으로 정부는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메스를 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100대기업에 전기를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함에 따라 발생된 손실을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메워,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원성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산업분야에서 전기는 재화를 만들어 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줄곧 절대적인 에너지원이었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완벽하게 대체한 사실상 청정에너지원이었다. 정부는 1970년대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선택한 후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대기업에 했고, 값싼 전기도 그 중 하나였다. 이후 대기업은 개발과 경제성장을 빌미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의 전기를 인정하기 싫을 정도의 저렴한 단가로 사용해 왔다. 이렇게 40여년 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는 결국 전력 과소비를 부르는 구조를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에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 19일 열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산업부분에서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기요금 폭탄에 분노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산업의 여건상 대기업과 관련한 정책은 단지 ‘대기업’이라는 특정 조직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기요금 개편 여파는 대기업이 흔히 ‘가족’이라고 말하는 중소기업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경우에도, 대기업은 ‘우리가 남이가’ 카드를 협력업체에 내밀며 부담을 전가할 우려도 있다. 그래서 일까. 문 대통령은 고리원전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단으로 인해) 산업경쟁력에 피해가 없도록 (전기요금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 중심축은 산업부분의 ‘전력 과소비 방지’에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기업도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40년이상 ‘전기’에 절대적으로 의지한 생산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의 대기업 전기요금 개편 정책에 대기업의 체질개선과 중장기적 계획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이 엄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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