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진출 “물류·의료센터 농식품가공단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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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진출 “물류·의료센터 농식품가공단지 필요” 거대시장 러시아 진출 호기…“현지화 어려운 中企위해 당국간 협력”

기사입력2017-06-24 06:1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러시아는 유럽 최대 소비시장이고 세계 최대의 전자조달시장인데다, 최근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노력과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호기인만큼 현지화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한러 당국간 협력을 통해 물류센터·의료센터·농식품가공단지 설립 등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가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러시아 극동 투자 설명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러시아 소매시장 규모는 4000억달러(한화 약 455조2000억원), B2B·B2G 등 전자조달시장은 7000억달러(약 796조6000억원)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또 러시아 정부도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Vasily E. Grudev 러시아 극동개발부 투자국장은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철강, 목재와 같은 자원뿐만 아니라 관광, 수송, 물류 등 다방면에 투자할 곳이 많다”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정부에서도 기업에 협조적이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비즈니스 환경도 나쁘지 않다. 월드뱅크의 ‘비즈니스 환경조사’를 보면, 과거 100위권이던 러시아는 매년 상승해 올해 40위까지 올랐다.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는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품목은 매우 편중돼 있다”며 “2005년 한국의 러시아 수출품목중 승용차가 전체의 25%로 가장 높았는데 2015년에도 비슷하고, 수출 상위 10개 품목을 보면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국내기업의 러시아 진출은 지난 10년 사이 바뀌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은 극명하게 ‘소비재 수출, 원자재 수입‘이란 상호보완적 구조를 보이는데, 품목이 매우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수출품목은 자동차 및 부품이 전체 수출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며 수입품목으로는 광물, 원자재제품이 90% 이상이라는 것이다. 또 2005년 한국의 러시아 수출품목중 승용차가 전체의 25%로 가장 높았는데 2015년에도 비슷하고, 수출 상위 10개 품목을 보면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과거 러시아 수출금액이 120억달러까지 올라갔으나, 2016년에는 40억달러에 그쳤다”며 또 “2015년 기준 한국의 러시아 투자 누적액은 22억2000만달러로, 한국 총 해외투자의 0.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한국과 가까운 극동지역개발 전담부서 설치

러시아 시장 진출전망이 밝은 이유는 시장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우호적 분위기도 한 몫한다. 최근 유럽국가들과 외교적 관계가 좋지 않은 러시아가 유럽산 장비나 부품, 기계 구입 대체지로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반면, 한국과는 외교적 마찰도 없어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 러시아의 투자유치 의지도 강하다. 박 대표는 “최근에는 연방차원에서 한국과 가까운 극동지역에 대한 개발의지가 강해, 극동지역개발 전담부서를 설치할 정도”라고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팔도’는 2010년 현지공장을 늘렸고, ‘CJ제일제당’은 이달 1일 러시아 냉동식품업체를 300억원에 인수해 사업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한 몇몇 기업은 성장이 더딘 추세다.

박 대표는 “한·러 합작으로 홈쇼핑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러시아 소비자에게까지 물건을 가져다 줄 수 없다. 러시아 현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업과 달리, 한국 중소기업은 이런 구조라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동지역에 한국전용 물류센터를 설치하면 큰 도움이 될텐데, 이를 민간기업이 나서서 추진하긴 어렵다”며 “이외에도 농수산물 수출을 위한 농식품 가공단지나 의료서비스 수출을 위한 의료센터, 러시아 우수 IT인재를 국내 중소제조업체와 이어줄 연구센터 등의 인프라를 정부간 협력을 통해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금융지원도 러시아 관련상품은 전무하다.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선 금융지원도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