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사후검증’으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다. 원산지 사후검증이란 FTA 체결국가가 관세혜택을 받은 품목의 원재료를 생산했는가 등을 확인해 위반시 관세추징, 벌금 등 제재를 취하는 행정절차를 말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실시된 원산지 검증 조사는 300여건에 달한다. 2011년 8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사후검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가 FTA체결국으로 수출하는 기업 35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32.8%만이 원산지 사후검증이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39%는 사후검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FTA를 활용하는 경우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원산지 사후검증이라는 리스크는 반드시 따를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사후검증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원산지(country of origin)는 어떤 물품이 생산, 제조, 가공된 지역을 의미한다. 물품의 국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산지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FTA 관세특혜의 대상이 ‘협정에 명시된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즉, 관세철폐나 인하와 같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품의 원산지가 FTA 협정에서 제시한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

이러한 원산지 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하기위해 실시되는게 원산지 사후검증이다. 불공정 무역행위를 방지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관세탈루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검증방법과 절차, 필요한 문서 등은 협정별로 상이하다. 따라서 관세혜택을 받고자 하는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대응을 달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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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직접검증, 간접검증, 혼합검증으로 나뉜다. 직접검증은 수입국 관세당국이 자국 수입자뿐만 아니라 수출국의 수출자나 생산자를 대상으로 직접 원산지 검증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원산지증명서 등 관련 증빙자료를 요청하는 통지서를 수출국 관세당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검증대상자에게 발송한다. 서면검증을 우선으로 하지만, 추가확인이 필요한 경우 현지검증도 실시한다. 한·미 FTA, 한·칠레 FTA가 대표적이다.

간접검증은 수입국 관세당국이 검증요청을 하는 경우, 수출국 관세당국이 수출자와 생산자에 대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협정에 따라서는 수입국 세관의 참여도 가능하다. 한·EU FTA, 한·터키 FTA 등이 해당한다.

혼합검증은 간접 또는 직접검증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수행하는 경우와 두가지를 혼합해 검증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한·콜롬비아 FTA, 후자는 한·아세안 FTA와 한·중 FTA, 한·베트남 FTA 등이다.

검증방식을 파악했으면, 관세혜택을 받고자하는 제품이 어떤 품목으로 분류되는지 알아야 한다. HS코드라는 국제적인 상품분류번호에 따른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용도나 쓰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관세청이나 유관기관 등에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모든 부속품을 대상으로 한다.

HS코드 변형여부에 따라 하나의 국가에서 완전히 생산 또는 획득한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부여하는 완전생산기준과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한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결정하는 실질적 변형기준이 적용된다. 실질적 변형기준의 판단기준으로는 세번변경기준이 주로 이용되고 제품에 따라 부가가치기준, 제조가공 공정기준 등을 부가적으로 활용한다. 완전생산기준의 경우 모든 생산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농·수산물이나 광산물 등의 1차 생산품에 적용된다. 대다수의 공산품에는 세번변경기준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세번변경기준은 FTA 특혜관세를 적용하고자 하는 물품이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돼 원재료의 HS코드와 완제품의 HS코드가 일정단위 이상 다른 경우, 해당 사실을 증명하면 완성품을 생산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원산지증명서 ▲제조자진술서 ▲자재명세서(BOM) ▲거래명세서 ▲제조공정도 ▲작업지시서 ▲생산기록 등 역내산 물품 혹은 원재료의 구매 및 원산지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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