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확대 빠진 대책에…‘분양 막차’ 본보기집 12만명 몰려(동아일보)” “6·19대책 1주일…줄지않는 견본주택 인파(중앙일보)” “‘아파트 2872가구 닷새만에 다 팔려’ 현장서도 깜짝(조선일보)” “강남·강북 구분 없이 실수요자 ‘분양 열기’(서울신문)”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 이후 꼭 일주일이 된 시점, 26일 주요 신문사들이 내놓은 6·19대책에 대한 중간평가다. 6·19대책은 강남지역 재건축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서울 전역과 수도권 및 부산 일부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아파트 집단대출에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등 투기수요 억제책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인지 한 신문사는 토건자본의 요구를 지면에 반영, 공급확대를 주문하면서 6·19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행간을 살피지 않고 기사제목 그 자체만으로 보자면, 6·19대책이 의도했던 ‘투기수요 억제’가 무력화된 것으로 비춰진다. 인색한 중간평가 성적을 매긴 이들 언론사의 속내가 최대 광고주인 토건자본의 투기와 탐욕을 대변한 것이란 점에서 불순하다. 또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기조로 한 문재인정부 출범에도 여전히 부동산투기를 통한 경제성장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안쓰럽기도 하다.

주요 언론사의 저평가에도 강남지역 재건축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서울지역 중심으로 급등하는 아파트값 상승세가 잡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같은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이들 언론사들은 ‘6·19대책 무력화’ 주장의 근거로 ‘풍선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6·19대책으로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 빠진 수도권 외곽 등으로 투기세력이 몰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대상에서 빠진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은퇴자들의 관심이 커진다는 보도 역시 같은 논리다. 6·19대책에 내재한 한계는 보완·수정해서 보다 완결적인 부동산대책으로 기능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일부 확인된 ‘구멍’을 이유로 ‘공급확대’란 철지난 레퍼토리까지 꺼내들며, 국민들의 주거권을 갖고 장난을 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갈팡질팡 투기억제책으론 부동산 투기세력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서민주거 중심의 공급확대와 병행해 투기세력 엄단이란 분명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만이 투기장화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국토는 국민의 집이다. 그리고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된다. 이번 대책(6·19대책)은 이러한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장관 취임식에서 “부동산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은, 국토교통부 직원들에 대한 당부이면서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1차 경고 메시지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올해 5월, 무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전년 동월대비,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주택자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주택시장 과열현상의 원인이 실수요자 증가 또는 공급부족이 아닌 투기세력의 준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투기세력의 존재에 대해 김 장관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5주택이상 보유자의 주택매입 건수가 지난해 5월대비 무려 53% 증가했다고 했다.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 투기꾼이 주택가격 급등의 주범이라는 말이다. 또 같은지역에서 주택매입을 주도한 세대는 ‘29세이하’로, 이들의 주택매입 건수는 전년 5월대비 54% 증가했다고 했다. 이어 김 장관은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신문사는 공급확대를 주문했다. 김 장관도 취임사를 통해 공급확대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다만 토건세력이 염원하는 형태의 ‘부수고 때려 짓는’ 방식이 아닌 ‘서민 주거안정’ 중심의 공급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공적임대주택 확대, 현행 2년 기간내에서만 인정되는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전월세상한제 보완 및 도입 등을 통해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일괄·전면적인 도심 재건축에 따라 평생의 터전에서 도심 외곽으로 쫓겨나는 서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장관의 복안이다.

국민의 이익과 국토의 균형적 발전보다 토건자본 및 지역토호 세력의 이해를 우선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토교통부다. ‘부동산투기 공화국’에 기생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온갖 류의 집단이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데에는 국토교통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그래서 김 장관이 국토교통부 직원들을 향해 “업계보다 국민을 먼저 걱정하는 국토교통부가 됩시다”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김 장관 스스로도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을 단죄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기대한다. 갈팡질팡 투기억제책으론 부동산 투기세력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서민주거 중심의 공급확대와 병행해 투기세력 엄단이란 분명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만이 투기장화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6·19대책에서 비어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과 함께 부동산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근절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김 장관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 그에 앞서 부동산보유세제를 강화함으로써 주택을 투기의 대상에서 빼 내는 것은 이미 학계 및 시민사회가 숱한 논의를 통해 검증한 개혁안이다. 남은 것은 김 장관의 결단이고, 국민적 여망을 얻어 국회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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