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온라인 가상화폐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009년 탄생 당시 1센트에도 못 미치던 1BTC(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근 3000달러(한화 약 340만원)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갱신중이다. 가상화폐 2인자인 이더리움은 올해 초 8달러선에서 최근 250달러로 30배가량 급등했다. 일반인들도 ‘채굴(암호를 풀어 가상화폐를 얻는 방식)’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구매하는 등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는 이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독일이 비트코인을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했고, 올해 4월에는 일본도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했다. 일본은 가상 통화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하고, 비트코인 구매 활성화를 위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버몬트주가 송금법을 개정하면서 가상통화를 교환의 매개, 계정의 단위, 가치 저장이 가능한 수단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뉴욕 또한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보고 거래할 때 부가가치세를 매긴다. 오는 7월부터는 호주도 비트코인을 정식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다. 현재 국내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포함 가상화폐 일일 거래량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떠한 법적 ‘지위’도 없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디지털 상품’ 정도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관련부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비트코인의 본질과 법적근거 등을 검토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사인간 거래’와 ‘거래의 중개’는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 사용은 앞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실제 가상화폐 거래소가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어떤 장치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해킹이 발생할 경우 거래소의 약관에 따라 처리하는게 전부일 뿐이다.

2014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틴곡스는 해킹으로 비트코인을 도둑 맞아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를 이용했던 소비자는 당시 75만BTC, 약 6억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8월에는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홍콩 비트파이넥스가 해킹으로 비트코인을 도난당하기도 했다. 한국도 이러한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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