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을 일으켰던 정우현 엠피그룹 회장이 결국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과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기세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회장님’ 사과의 진성정 자체도 문제지만 매년 갑질도, 사과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정 회장은 서울 서초구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유통과정에 끼워 넣고, 가맹점에 물품을 비싸게 공급하며, 탈퇴한 가맹점주에게 보복행위를 하는 등 갑질행위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대국민 사과를 선택했다.

대기업과 회장, 재벌총수들에 의한 갑질사건이 터지면 연이어 나오는 회장들의 사과는 반복되는 패턴이다. 정 회장만 하더라도 1년 전, 경비원 구타사건으로 이미 한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태도가 바뀐 것은 없었고, 또 다시 갑질논란이 터졌다. 갑질과 사과는 그저 한차례 위기를 넘기기 위한 ‘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갑질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시점을 보면 사과의 진정성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정 회장의 사과는 미스터피자의 갑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나왔다. 또 지난해 구타사건에 대한 사과도 사건발생 7일 이후,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경비원의 자택을 찾아 이뤄졌다.

이는 갑질사건 사과의 공통된 패턴이다. 2015년말 이슈가 됐던 땅콩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건발생 일주일이 지난 시점, 여론의 비난이 극에 달한 후에 나왔다. 2013년 ‘욕설파문’을 일으켰던 남양유업의 사과는 3개월 후에 이뤄졌다. 남양유업 본사의 ‘대리점에 밀어넣기’ 영업행태에 대한 모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방송이 나오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진 이후다.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20대 여직원을 지난 3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과는 21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했다. 앞서 9일 호식이두마리치킨은 회장의 일탈에 대해 브랜드와 임직원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 사건 당사자인 최 회장 개인의 사과인지 아닌지 구분을 어렵게 했다. 더욱이 최 전 회장은 경찰에 출석해 “식당에서 (여직원과) 신체 접촉은 있었으나 강제성이 없었다”며 강제추행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갑질에 대한 사과가 사건 피해 당사자가 아닌,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사과’라는 비난이 늘 뒤따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