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인상 소문에 민심이 들끓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도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낮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가격 인상은 없다’며 후폭풍을 차단하는 모양새다. 담뱃값 인상처럼 간접세를 늘려 세수를 채우려 한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논란의 과정을 돌아보면, 새 정부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밝혀진 내용은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박근혜정부가 4개 국책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한 내용의 일부다. 해당 연구결과,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인상하는 것이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하더라도, 문재인정부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기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환경 관련 공약들의 이행과정을 더 분명히 밝히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 대통령은 후보때 2030년까지 경유차 퇴출을 공약했다. 또 LPG차량의 규제완화를 통해 저탄소차량의 확대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어떤 방법으로 경유차를 퇴출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당시 언론들은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인상하는 방법이 되지 않겠냐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 냈지만, 후보나 캠프에서 누구도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경유차가 휘발유나 LPG차량에 비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경유차 줄이기 또한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미세먼지 주범이 경유차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 서해안에 밀집해 있는 화력발전소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후한 화력발전소 운행정지, 경유차 감축, 중국과의 국제공조 등의 대책은 미세먼지 책임을 ‘고등어’에게 돌렸던 이전 정권에 비하면 진일보한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경유차 감축 공약을 위해 경유가격 인상을 수단으로 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오피넷의 공개된 자료만 보더라도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60.3%, 경유도 절반이상인 51.5%에 이른다. 2016년 유류세 세수입만 23조원이 넘었다. 재료비보다 더 많은 세금, 이런 기형적인 유가 결정구조는 국제원유가격이 오를 때마다 가계에 기름값 폭탄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의도적인 고환율 정책과 국제원유값 하락에도 높은 유류세를 유지했던 박근혜정부 탓에 유가, 물가, 공공요금은 하루가 멀다않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래서 유류세 인하는 전 국민적 요구였다. 민주당도 야당시절, 의원들이 직접 나서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 내내 원가를 상회하는 유류세는 계속 유지됐다. 이번 논란을 국민들이 ‘경유값을 또 올려!’로 받아들인 것은 유류세에 대한 가위눌림 같은 것이다.

휘발유값, 경유값이 오르면 차량유지비만 더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물가가 오르고 공공요금이 들썩인다. 지금까지 십여년 동안 유가가 물가 및 공공요금 인상의 뇌관 역할을 했다. 기형적인 기름값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고, 이와 함께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유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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