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재벌대기업의 경영권이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2세, 3세로 세습되고, 상속받은 후계자들의 불법·탈법경영이 불거지면서 가업승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다. 멀리는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 그리고 가깝게는 롯데그룹의 최고경영자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경영권 승계를 놓고 다툼으로써 국민들의 눈총을 받았다.

이동기 중견기업연구원장은 29일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에서 “벤처기업·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생태계에서는 가업승계 방식이 중요한데도, 이처럼 부정적 인식이 커 이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업승계라고 하면 작은 규모의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기업승계’라는 표현을 사용해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9일 서울시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에서는 기업성장을 위해 가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변해야 하고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이어 “지배구조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업승계가 일반 상속제도에 포함돼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편법적 기업승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경영의 차원에서 기업승계는 별도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업승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얘기하기 앞서, 기업 스스로 사회적책임을 선행해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이날 참석한 한 중견기업 대표는 “현정부 들어 고용률을 중시하고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일자리를 중시하고 있다”며 “중견기업이 청년일자리 문제와 양질의 일자리 문제해결에 긍정적이라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업승계에 대한 인식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미국에서 창출된 일자리 수를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에서 10%가량 줄었고 중소기업은 (현상)유지를 했다. 그러나 중견기업에서는 3%내지 6%가량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실태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자리제공, 기술투자, 고율의 소득세 납부 등 사회적 약속을 하고 이행하는 스웨덴 대기업인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처럼, 기업승계를 원하는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