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출을 하는 기업에 원자재나 용역서비스, 전자적 무체물 등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접수출 기업도 수출실적을 인정받으면 부가가치세 영(0)세율 적용, 무역금융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간접수출 기업이 수출실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국신용장 또는 구매확인서가 있어야 하는데, 원사업자의 내국신용장 발급은 의무이지만 구매확인서는 임의발급대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인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가 3일 열린 ‘영세·중소 수출기업의 권익보호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내국신용장 개설을 통한 수출액은 2016년 기준 22조원이지만, 구매확인서 발급을 통한 수출액은 203조원으로 9.2배에 달한다. 그만큼 간접수출 기업이 구매확인서 발급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 하도급법에서는 내국신용장은 의무발급대상으로 정하고, 구매확인서는 임의발급대상으로 하고 있어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 제7조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내국신용장을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수급사업자가 내국신용장 개설을 원하지 않는 사실이 명백한 경우 ▲원사업자가 내국신용장 개설은행에 연체 및 대지급된 상태이거나 또는 개설한도 부족 등으로 신용장 개설이 불가능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간접수출 기업이 수출실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국신용장 또는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내국신용장 발급은 의무이지만 구매확인서는 임의발급대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영세·중소 수출기업의 권익보호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정책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신종훈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도 이날 “내국신용장은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모두 수수료 부담이 있지만, 구매확인서는 5000원에서 1만원 정도의 수수료만 내면 되기에 구매확인서를 선호한다”며 “오히려 의무화 도입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 구매확인서 발급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정헌 변호사는 “구매확인서가 내국신용장의 보조적인 개념인만큼, 내국신용장 발급이 불가능한 경우, 구매확인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해 영세·중소수출기업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국신용장과 구매확인서를 함께 의무화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견도 있다. 송정원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원사업자의 이중부담이 생길 수 있다. 내국신용장 개설시 구매확인서 의무를 면제해주면 이중부담은 없는데, 구매확인서를 발급해도 내국신용장은 여전히 발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둘 다 의무화 할지, 아니면 선택적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훈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도 “내국신용장의 경우 현금지급 의무가 동반되지만, 구매확인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내국신용장을 개설하지 않은 경우에 구매확인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문제는 구매확인서 발급만으로는 현금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송정원 과장은 “구매확인서 발급의무와 관련, 수급사업자가 구매확인서 발급만을 원하는 경우 내국신용장을 발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것도 한가지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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