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미술의 선구자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은 1912년 와이오밍 주에서 태어났다. 1943년에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의 뉴욕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평단과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6세부터 알콜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의 인생의 전환점은 동료 화가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4~1984)와의 만남부터다.

1945년 빈털털이였던 잭슨 폴락은 크래스너와 맨해튼의 작은 교회에서 가족과 하객없이 결혼식을 올리고 롱 아일랜드의 이스트햄턴에 있는 소박한 나무집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폴락은 자신만의 독특한 액션 페인팅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여, 당대 유명 미술비평가였던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호평을 받으며 유명 화가의 반열에 올라선다.

잭슨 폴락 ‘Number 5’, 1948<출처=jackson-pollock.org>

한적한 곳에서의 결혼생활은 폴락에게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주지만, 결혼 이후 크래스너는 폴락에게 지나친 간섭과 관심을 보이며 그의 알콜 중독 증세를 심화시킨다. 그의 정신분열은 더 심해져 파티에서 소변을 보거나 동료작가의 전시된 그림을 찢어버리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 마침 20대 중반의 젊은 화가인 루스 클리그먼이 부와 명예를 가진 폴락을 유혹한다. 크래스너에게 지친 폴락은 그녀와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클리그먼이 폴락의 정신분열 증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3주라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새로운 연인이 떠난 뒤 폴락은 자신을 감싸줄 유일한 안식처는 크래스너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미 유럽으로 떠나버린 크래스너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폴락은 만취 상태에서 클리그먼과 그녀의 친구를 차에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끝내 짧은 생을 마감한다. 불과 44세였다.

폴락의 뮤즈였던 크래스너는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돌아와 장례식을 치른다. 그 이후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폴락이 사용하던 화실에서 작업을 하며 생활하다가 1984년에 세상을 떠났다.

현재 폴락과 크래스너가 사용했던 작업실은 미술관으로 지정돼 폴락 팬들의 관광명소가 됐다. 잭슨 폴락 사후 50년이 지난 2006년 11월 그의 작품 ‘No.5’(1948)가 1억4000만달러에 판매되면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작품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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