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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그만둬도 ‘그 집 물건 참 좋았지’ 기억되길 가격보다 ‘빈틈없는’ 정성, 30년 단골 만들다…울산상회 최계월 사장

기사입력2017-07-05 19:1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아이들에게 늘 말해요. 장사는 돈을 버는게 아니고, 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상인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장사라고 하죠.”

경기도 오산오색시장의 대표 건어물가게인 울산상회에 가면 전국팔도 모든 건어물이 있다. 울상상회 최계월 사장은 일년 중 시장의 비수기라는 6월, 중기이코노미가 찾은 날에도 찾아오는 손님을 맞고 상품을 고르고 선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 사장은 그렇게 바쁜 나날을 이 시장에서만 34년을 보내고 있노라고 말했다.

울산상회 최계월 사장은 “장사는 돈을 버는게 아니고, 돈을 만드는 것이다. 상인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장사”라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섬 소녀는 열 아홉에 울산으로 시집을 갔다. 울산의 한 바닷가에서 남편과 함께 멸치도 잡고 미역도 말리며 생활했다. 아는 것이라고는 바다 뿐이었다. 그런 그가 울산을 떠나겠다 마음 먹은 건 결혼생활 10년이 되던 즈음이었다. 최씨 부부로부터 미역이며 멸치를 사다 경기도에서 판매를 하던 상인의 소개로 오산오색시장에 작은 가게를 마련한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시작한 낯선 시장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저장관리를 잘 못해 물건을 버리는 일도 많았죠. 그래서 틈 나는대로 다른 시장이나 다른 가게에서 물건을 어떻게 진열하는지, 관리나 판매는 어떻게 하는지,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한 7년 정도 고생하니 단골도 생기고 장사도 잘 됐어요.”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시장에서 생활하며 어린남매를 키우고 가정생활도 꾸리면서도 늘 물건만큼은 여수, 삼천포 등 전국 산지를 찾아다니며 제철 상품을 경매를 통해 들여왔다.

경기도 오산시 오산오색시장의 대표 건어물가게 울산상회. ©중기이코노미

“처음에는 다른 가게보다 물건을 비싸게 팔았어요. 멸치 200그램을 다른 가게에서 2000원에 팔면 저는 2500원에 팔았죠. 손님들이 비싸다고 해도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최 사장은 빈틈없는 성격 탓에 상자 째 물건을 들여오면, 다 헤쳐서 하나하나 고르고 손질한 이후에야 손님에게 판매할 수 있었다.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손님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서진 상품 없이 예쁘게 포장된 물건을 판매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손님은 늘었고 단골도 생겨났다. 가격보다는 최 사장의 ‘정성’이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 그런 꿈이 있었어요. 이 다음에 장사를 그만둬도 사람들이 ‘울산상회 물건이 참 좋았지’하고 오래오래 기억해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 오는 손님들의 80%는 30년 이상 된 단골들입니다.”

최 사장은 외국으로 이민 간 단골이 지인을 통해 ‘울산상회 물건 아니면 보내지 말라’고 했고, 멀리 이사 간 단골들도 여전히 찾아온다는 얘기를 하며 그럴 때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30년 넘게 건어물은 이 가게에서만 구입한다는 부부가 울산상회를 찾았다. 건강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일상생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모습이 상인과 손님이 아닌 오랜 친구들의 정담처럼 느껴졌다. 바쁠 때는 알아서 물건을 담고 계산도 셀프로 한다는 이 손님은 자신이 “울산상회 역사의 증인”이라며 “물건 안속이고 한결같이 장사하니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장사도 번창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갑작스레 남편을 여읜 최 사장은 30여년간 남편과 함께했던 울산상회를 이제 홀로 돌봐야한다. 다행히 외국에서 유학하고 가정을 꾸려 살던 아들이 귀국해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해주고, 결혼한 딸도 매일 오전시간 일손을 돕고 있다.

“시장 장사라는 것이 옛날처럼 그저 열심히만 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작은 구멍가게라도 경영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현재 어떤 위치고, 어떤 물건을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항상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야 결과도 점점 좋아지는 것이죠. 우리 아이들이나 새로 시장에 들어온 청년들도 무엇보다 참을성을 가지고 ‘돈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장사에 임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