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준 EU는 한국과 1053억달러의 교역규모를 기록해, 세번째 교역대상국으로 자리잡았다. 2011년 체결된 한·EU FTA 이후 양국간 교역이 꾸준히 증가한 것이 한 몫했다. 그러나 EU는 GDP와 소비수준이 높은 거대시장이지만, 각종 무역규제가 엄격해 수출기업이 진출하기에 만만찮은 시장이다. 특히 지식재산권(지재권) 보호가 강력하다. EU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라면, 지재권 확보와 권리행사 등을 반드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38개국 대상으로 출원부터 심사까지 한번에 ‘유럽특허’

EU에서 ‘상표’나 ‘디자인’을 보호받으려면, EU 지식재산권청(EUIPO)을 통해 한번의 출원·등록과정만 거치면 된다. 등록이 완료되면 EU역내에서 동일한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특허를 통해 발명을 보호하려면, 각 국가마다 특허를 출원·등록하거나 ‘유럽특허(European Patent)’를 이용해야 한다.

‘유럽특허(European Patent)’는 38개(EU회원국+비회원국) 유럽국가를 대상으로 공통된 효력을 발휘하는 특허다. 유럽특허청(EPO)에 특허를 출원해 등록이 가능하다는 심사 결과가 나오면, 개별 국가에서 별도로 최종 등록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출원’부터 ‘심사’까지만 통합된 절차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예컨대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4개국에 특허를 등록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개별국 모두에 각각 특허를 출원할 수도 있지만 유럽특허를 이용할 수도 있다. EPO에 특허를 등록한 이후 해당국가 언어로 번역된 출원서를 개별국의 특허청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후 등록은 개별국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EPO에 특허를 출원할 때는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로만 가능하다. 만약 다른 언어로 출원했다면, 2개월 이내 번역한 출원을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원이 각하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규성, 진보성, 이용가능성을 평가해 등록여부가 결정된다. 출원에서부터 등록까지 통상 4~5년 정도가 걸린다. 매년 특허 갱신수수료를 내야 하며, 반드시 현지 변리사를 선임해 진행해야 한다. 특허 무효나 침해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개별 국가 법원에서 처리한다. 법원판결 또한 해당 회원국 내에서만 효력을 발생한다.

국내기업들이 유럽에서 특허권을 취득하고자 한다면 유럽특허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과 절차적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실제 한국기업이 출원하는 유럽특허의 대다수가 개별 국가 특허청이 아니라 EPO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만 기업의 비즈니스가 특정국가에 편중돼 있는 경우와 특정국가에 활용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개별국가에 특허를 출원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독일의 경우 특허 등록까지 2~3년으로, 유럽특허의 절반수준이다. 또 심사청구는 출원일로부터 7년 이내에 하면 되기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등록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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