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특허는 출원에서 심사단계까지만 통합돼 있고, 특허등록 및 특허소송은 국가별로 진행된다. 따라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EU집행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3개 EU 회원국을 지정해 유럽특허를 취득하는데 평균 2만유로의 비용이 드며, 이중 약 60%에 달하는 1만4000유로가 번역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개별국 법원의 재량에 따라 특허권 등록 이후 발생하는 권리의 유·무효, 보호범위, 침해여부 등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해결하고자 추진되고 있는 것이 ‘단일특허(Unitary Patent)’다. 올해말과 내년초 사이 시행될 예정이며, EU회원국 28개국 가운데 스페인과 크로아티아를 뺀 26개국이 참여한다. EPO에 영어, 독어, 불어 중 1개국의 언어로 작성된 출원서를 제출해 특허로 등록되면 26개국 전체에서 동일한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소송과 같은 분쟁이 발생해도, 개별국가가 아닌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에서 처리된다. 출원에서 심사까지가 아닌 특허등록 및 소송절차가 통합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등록시까지 드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비용도 유럽 4개국에서 특허를 받기 위해 책정한 예산수준 정도다. 또 현지 변리사없이 갱신수수료를 직접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변리사 수임료 등 특허 유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기존의 유럽특허가 단일특허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고, 기존 방식에 추가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세가지 출원 방법(개별국 등록, 유럽특허, 단일특허) 중에서 자사가 보유한 특허의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한번의 무효소송으로 모든 국가에서 특허권을 상실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현재는 한 국가에서 무효판결을 받아도 해당 회원국 내에서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등록한 특허에 대해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단일특허는 단 한번의 소송의 결과가 26개국 모두에 적용된다. 문제는 통합특허법원이 단일특허뿐만 아니라, 기존 유럽특허에 대해서도 전속 관할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기존 유럽특허로 등록된 경우도 무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이를 원치 않는다면 통합특허법원 협정 발효 전 ‘회피(opt-out)’ 제도를 통해 대비할 수 있다. 단일특허의 전면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회피신청을 하면 해당 특허의 존속기간 동안 통합특허법원이 아닌 개별국가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아직 통합특허법원 출범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합특허법원 출범일 3개월 전에 회피신청을 하면 7년 또는 평가를 거쳐 14년동안은 통합특허법원이 아닌 개별국가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다수 국가에서 소송이 진행중인 경우 통합특허법원으로

경쟁사에 의해 통합특허법원에 무효소송이 제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특허품질에 걱정이 있는 경우, 하나의 나라만 지정해 특허권을 주장할 경우 등 한번의 무효소송으로 모든 지정국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회피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등록된 유럽특허가 무효될 가능성이 낮고, 다수의 국가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통합특허법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법인 다래의 박진석 변리사는 최근 열린 ‘주요 수출시장별 지식재산권(IP) 대응전략’에서 “국내기업의 경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개 영국, 독일, 프랑스 또는 네덜란드 등 EU 국가중 3~4개국에 제한해 출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5개국 이상에 특허출원을 계획 중인 기업이라면, 단일특허제도와 비교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쪽을 택하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단일특허시행으로 소송제도도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미 EU에 진출한 기업은 통합특허법원의 제도 변화에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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