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는 자동화 등 기술의 발달은 늘 일자리 대체 논란을 불러왔다. 현재 진행중인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은 그 진행정도에 따라 운전기사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 역시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에 대비한 직업교육훈련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의사·변호사도 위험직군…2020년까지 700만개 사라져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평생직업능력개발’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단순반복 업무는 이미 기술의 위협을 받고 있다. 독일 아디다스 공장은 기존 대량생산시스템을 로봇과 3D프린터를 활용한 고객맞춤형생산시스템으로 바꿨다. 생산방식이 더욱 까다로워졌음에도, 신발 한켤레의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3주가 걸리던 것을 5시간으로 줄였다. 아울러 기존 시스템에서는 600여명의 직원이 필요했지만, 로봇과 3D프린터를 활용한 시스템에서는 단 10명의 직원만 있으면 충분했다.

이밖에도 미국 리싱크 로보틱스사에서 개발한 양팔 스마트협업 로봇인 백스터는 사람이 일을 가르칠 수 있는 로봇으로, 인간이 수행하는 간단한 노동은 대부분 학습이 가능하다. 백스터는 현재 2만2000달러(한화 약 2500만원)에 시판중이다. 글로벌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재고를 찾고, 운반하며, 재배치가 가능한 키바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키바로봇이 창고 물류관리 요원의 직무를 대체함에 따라 2000명의 인원이 감축됐다.

<자료=국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평생직업능력개발’ 토론회 자료집/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문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IBM이 만든 ‘왓슨(Watson)’은 의사나 변호사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왓슨의 암진단율은 대장암 98%, 직장암 96% 등 평균 96%에 이른다. 미국내 12개 로펌에서는 현재 왓슨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변호사를 업무에 도입한 상태다.

채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미국 취업자 47%가 향후 10년 길면 20년안에 컴퓨터화 확률 70% 이상의 고위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과거 기술발전은 저숙련 노동을 대체해 왔다. 하지만 지금 진행중인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술을 활용한 고숙련 노동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서비스전략본부장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사무행정직에서 약 475만개, 제조업 160만개, 건설업 50만개, 예술·스포츠·엔터테인먼트 15만개, 법률 10만개, 시설 및 정비 분야 4만개 등 5년 사이 약 7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화 가능 직업, 빨라야 2035년…“새로운 근로형태 주목”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줄어드는 일자리는 우려스럽다. 하지만 당장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2016년 OECD 자료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에서 자동화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일자리는 전체의 9%며, 한국은 6%로 가장 낮다. 또 같은 해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업군 중 5%이하만이 완전 자동화가 가능하며, 50%의 자동화가 가능한 직업군 역시 적용될 시점은 빨라야 2035년 늦으면 2070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진행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연순 본부장이 앞서 인용한 세계경제포럼 자료에 따르면, 2015~2020년까지 7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같은 기간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재무관리 분야에서 50만개, 경영관리 41만개, 컴퓨터 및 수학 40만개, 건설공학 33만개, 판매직 30만개, 교육훈련 6만개다.

정 본부장은 “제조업의 지능화로 인해 제조업 전체 고용증가를 전망하는 보고서도 있다”며 “일자리 소멸에 대한 우려가 높으나, 직업과 일자리의 절대감소 보다는 직무의 변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 업무방식, 근로형태 변화 가능성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인공지능의 역할은 법률부문에서의 판례검토, 언론에서는 스포츠나 증권분야 등의 기사작성과 같은 정형화된 업무다. 반면 종합적 판단능력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근무형태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증가로 근로시간보다는 작업성과로 보상받고, ▲디지털 플랫폼 발달과 이에 기반한 온디맨드 서비스 제공 등 비전형 근로가 ▲근로계약은 개인작업자의 증가에 따라 한사람의 근로자가 다수의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 비전통적 방식이 증가한다. ▲작업방식은 업무자동화와 스마트화로 인해 기계와의 협업능력이 중요해지고, 직무전환이 빠르게 진행된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평생직업능력개발’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이어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존 제품의 성능이 줄어들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사라지는 일자리와 창출되는 일자리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가의 문제”라며 “취업자의 절반이 사라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가르치는 내용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일자리 숫자만 놓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교육 내용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평생직업형 교육 강화해야…“고용노동부 중심 정책설계 필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직업교육과 관련해 채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담당하는 업무나 그와 관련된 지식에 치우친 직무능력 교육보다는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소통, 협업, 비판적 사고 등 직업기초능력을 기르는데 맞춰야 한다”며 “덴마크의 올보르그대학은 학생들이 직접 지역사회나 기업을 찾아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지역사회와 기업으로부터 평가받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보르그대학 졸업생들은 현장에서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이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교육 시스템 자체가 대학진학에 맞춰져 있고, 진학 후 직업종사 단계에서의 투자는 매우 낮다”며 “직업에 종사하는 단계를 강화한 평생직업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본부장은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주문형 근로 플랫폼 외에도, 프리랜서 전문가들을 수요자들이 프로젝트별로 구인하는 ‘kmong’, ‘프리랜서닷컴’과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재능마켓 구인구직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은 정규직원은 최소로 유지하면서 인재플랫폼을 통해 ‘주문형 직원’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텐데, 현재 직업능력개발 지원체계는 전형적인 고용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하나의 정규직 취업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플랫폼 기반 크라우드 워크 등 다양한 취업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박근혜정부를 보면, 경제수석이 기획재정부에 정책을 지시하면, 기획재정부가 다시 고용노동부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정책을 계획하면, 기재부가 다시 수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왔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일자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주체가 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일자리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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