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 지정 연장을 신청했던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업 등 6개품목에 대해 대기업과의 미합의를 이유로 적합업종 지정 결정을 보류한 가운데,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업과 사료용 유지제조업, 통신기기 도·소매업 등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 물밀듯 들어오는 ‘통신기기 도·소매업’=현재 통신기기 도·소매업은 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로 애를 먹고 있다.

KT는 2007년 지분 100%를 출자한 자회사 엠엔에스㈜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후 KTCS㈜, KTIS㈜, KT링커스㈜를 설립해 골목상권 침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SK네트워크㈜도 2009년 판매사업분야를 분리해 ㈜피에스엔엠에 100% 출자, 골목상권에 진입했다. 엠엔에스㈜와 ㈜피에스엔엠의 연매출은 1조원을 상회한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유통대기업도 통신기기 도·소매업에 뛰어들고 있다. 2012년 롯데는 하이마트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진입했으며, 대기업 홈쇼핑사들도 경쟁적으로 진입했다. 또 온라인 직영몰을 통한 진입도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자본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장악해 가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박희정 실장은 11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매출이 좋은 골목상권 매장 옆에 대기업 매장을 오픈한 이후 대규모 판촉행사를 통해 골목상권을 뺏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과 소상인이 운영하는 매장에 판매 장려금과 Cash Cow 상품을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고객을 소개시켜 주면 마일리지 형태로 보상을 하거나, ▲카드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하고, ▲소상인에게는 아예 통신기기 자체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대기업들은 소상인들이 고용중인 판매우수 인력을 정규직을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후, 수습기간·목표미달 페널티 조건을 내걸어 비정규직 또는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력유출에 따라 소상인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통신기기 도·소매업계의 고용조건만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실장은 “대기업들은 판매만 할뿐, A/S 등은 골목상인의 몫”이라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기자회견도 하고, 캠페인도 해봤지만 대기업은 아랑곳 않고 골목상권에 진입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이 마지막 희망이다. 하지만 19개 대기업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법제화를 통해 소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통신기기 도·소매업,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업, 사료용 유지 제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적합업종 지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대기업은 적합업종제도에 대해 효과가 없거나 미비하다고 하지만,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시장은 적합업종 지정 후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조 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시장 규모는 2013년 1차 적합업종 지정 당시 1112억원에서 2015년 1309억원으로 커졌다. 또 이 기간동안 중소기업들은 매출액 증가와 적합업종으로 인한 보호조치로 품질개선, 판로개척, 시설투자, 원가절감 등 경영개선 자구노력에 힘을 기울일 수 있었다.

적합업종 지정효과가 나타남에 따라 대기업에 대한 제재(권고사항)를 보완해야 할 대목도 있다. 현재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업의 적합업종 권고사항은 대기업에 대해 생산시설 확장을 자제하도록 했지만, ‘노후설비 교체 및 안전관리를 위한 시설보완’은 허용하고 있다. 노후설비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면 생산능력 개선이 이뤄지고, 이를 생산확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의 해석이 애매하다. 세밀한 기준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 부장은 “적합업종 지정 후 중소기업이 시장성장을 견인해 왔다”며 “현재 마트에 가면 OEM을 통해 중소기업이 생산한 대기업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생존을 위한 옵션이 아닌 필수적인 문제다. 현재 적합업종 지정 최대기한이 6년인데, 법제화를 하더라도 6년이상 보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이 마음놓고 투자 및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합업종 통해 자구노력중인데 일몰과 함께 물거품 위기”=사료용 유지는 배합사료에 원료로 이용되며, 축산물로부터 배출되는 폐지방과 뼈를 열처리 재활용(렌더링)하는 과정에서 생산된다. 신익철 한국재생유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사료용 유지 제조시장은 축산물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폐지방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산업규모는 연 2500억원 규모로 작지만, 과잉설비로 인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료용 유지 중소기업들은 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전국 지역별 협업화 단일공장으로 정착시켜, 10개내외로 수를 줄이려는 계획”이라며 “그동안 업체들의 폐업, 재가동, 도산, 창업 등이 반복되는 혼돈의 연속이었지만, 지난해 5월 적합업종 지정 후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재 대기업들은 사료용 유지 제조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신 이사장에 따르면 농협산하 단체인 부경양돈조합이 렌더링산업 진출을 추진중이다. 부경양돈조합은 2016년 기준 사업실적이 2조400억원에 이른다.

신 이사장은 “부경양돈조합은 농협산하 단체라 적합업종 권고대상에 포함도 되지 않는다”며 “현재 적합업종 권고기간임에도 부경양돈조합을 비롯한 다수의 대기업이 이미 렌더링산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렌더링산업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적합업종 일몰과 함께 물거품이 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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