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끌려다니는 적합업종 이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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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끌려다니는 적합업종 이대로 안된다 협상도 안하고, 합의해도 안 지키고, 동반위는 한계…법제화 필요성

기사입력2017-07-11 20:5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적합업종 법제화를 위해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같은당 우원식 의원의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이 20대국회에 상정돼 있다. 11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관계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올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재 적합업종 제도에서 드러난 문제점 역시 법제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청 자체도, 협상자리 마련도 어렵다=현행 적합업종 제도는 신청부터가 쉽지 않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적합업종 신청은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사단법인, 법인의 형태로 해당업종 품목을 대표할 수 있는 중소기업자단체’가 할 수 있다. 단체의 적격여부가 포괄적이다 보니 해당품목 기업 대다수가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으면 덜 할수도 있지만, 신청자가 전체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또 합의라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애초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성장지원부장은 “합의 특성상 상대(대기업)가 협상에 응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며 “대기업이 응해주지 않거나, 관련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하게 나와 적합업종 지정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은 결정권자인 단체의 대표자가 협상에 임하지만, 대기업은 실무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합의까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업’의 경우, 2011년 시작해 2014년 8월 적합업종 지정에 이르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

협상과 합의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중소기업으로서는 어려운 과제다.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선 ▲제도운영 효율성 ▲중소기업 적합성(최소효율규모, 생산성) ▲부정적 효과방지 ▲중소기업 경쟁력 등을 검토하고 결정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는 합의를 원하는 중소기업 단체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는 “중소기업 단체들은 협상테이블에 앉았을 때 정보력과 협상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며 “정보력과 협상력 부재는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동반위 12명이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는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적합업종 법제화에 관심이 컸다. ©중기이코노미

◇합의기간도 짧지만 합의해도 지키지 않는다=특히 권고사항 이행에 대한 강제성과 실효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이다.

일례로 골판지상자 제조업은 ▲대기업 신규진입 자제 ▲적대적 M&A 및 신설을 통한 확장자제 등이 주요한 권고사항이지만, 이를 대기업이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골판지 제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적합업종 지정 당시보다 50%이상 생산을 늘리며 중소제조업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우호적 M&A형식, 공장을 신설하고 싶은 곳에서 사업체 인수 등의 방법으로 권고사항을 회피하고 있다”며 “2006년 없어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사전·사후 관리를 했지만, 현행 적합업종 제도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 홍정호 부장의 자료에 따르면, 한식 등 외식업종은 계열사이거나 자사건물일 경우 등 예외사항을 활용해 2013년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이 50여곳을 더 늘렸다. 또 음료자판기업종은 사업축소를 권고했지만, 대기업이 상권 좋은 곳에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영업권을 따내는 식으로 집중적으로 진출했다.

‘3+3’, 최대 6년의 존속기간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6년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홍 부장은 “업종별·산업별 특성에 따라 투자성과가 경쟁력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권고사항 이행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며 업종별·산업별 구분없이 존속기간을 일괄적용하는 문제라고 했다.

◇동반위 공정성·갈등조정 역할에 의구심=이외에도 동반위의 한계도 있다. 민간합의기구이고, 예산의 대부분을 대기업에 의존하는 동반위의 공정성 및 갈등조정 역할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출석이나 자료제출에 대한 법적권한이 없어 원활한 제도운영에 난항을 겪는다.

홍 부장은 “현재 동반위가 배포하는 보도자료 정도에서만 권고사항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의 위반사항에 대해 중소기업단체에 즉시 피드백하고, 홈페이지 게재를 의무화 하며, 해당 대기업은 사과문을 게재토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 변호사는 “3+3년의 기간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동반위 지침으로 법적권한이 없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필요하다면 재합의시 3년이상의 기간을 제시해볼 수도 있다”며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방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발굴 ▲해당지방에 밀집된 업종·품목 및 중소기업단체 기준 마련 ▲적합업종 신청에 필요한 기초자료 조사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