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체 종사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헌법 제33조 제3항은 군사정권의 유물로 노사갈등 및 노노(勞勞)갈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사용자가 이 조항을 악용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에게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동조 제3항 예외규정을 통해 법정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방산업체 노동자와 노동3권 실태’ 토론회에서 “같은 임금을 받고, 같은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군수물품을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방산업체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군사정권 이래로 근로자의 권리를 제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방산업체 근로자에 대한 쟁의금지 또한 그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방산업체 근로자에 대한 단체행동권 탄압…군사정권 유물

방산업체 근로자에 대한 헌법상 단체행동권 제한은 전두환정권때 처음 도입된 것이지만, 그 뿌리는 박정희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제헌헌법 이후 5.16쿠데타에 따른 제3공화국 이전까진 공무원을 포함, 모든 근로자에게 노동3권이 보장됐다(제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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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정권은 1962년 헌법을 개정, 노동3권 향유 주체에서 공무원을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제29조 제2항). 그리고 유신헌법을 통해 공무원을 포함 ‘국가·지방자치단체·국영기업체·공익사업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단체행동권을 제한했다(제29조 제3항).

이어 제5공화국 전두환정권에서 제29조 제3항에 ‘주요방위산업체’를 추가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1988년 헌법을 개정해 ‘법정 주요방위산업체’만을 남겨두고, 구헌법 제29조 제3항의 내용을 삭제했다(현행 헌법 제33조 제3항). 헌법 제33조 제3항에 근거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2항은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자의 범위를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정하고 있다.

김두현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산업체 수출액은 2014년 기준 36억달러, 한화로 약 4조880억원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같은 해 방산업체 전체 매출액 11조9883억원의 34%에 이른다. 김 변호사는 “방산업체 근로자의 쟁의를 제한한 것은, 쟁의로 인해 군납에 차질이 생길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하고, “방산업체의 수익모델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할 수 없는 조합원 갈등…기업은 노동조합 무력화에 이용

방산업체 근로자에 대한 단체행동권 제한으로 발생하는 문제중 가장 심각한 것은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노노갈등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노동조합의 파업효과를 가장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대목은 파업참여율이다. 방산업체 근로자가 파업에 참여하면, 노조법 제88조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러나 방산업체의 업무가 방산과 민수사업으로 나뉘는데, 같은 사업체에서도 민수사업부문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하나의 방산업체 내에서도 대통령령에 따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업무수행자와 그렇지 못한 업무수행자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방산업체 노동자와 노동3권 실태’ 토론회에서는 방산업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헌법 및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헌법 개정 필요…“군사정권, 노동탄압 법률 함께 검토해야”

김종대 의원은 “제도적으로 봉쇄된 방산업체 근로자의 노동3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헌법개정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방산업체 근로자 쟁의행위를 제한한 헌법 제33조 제3항 그리고 노조법 제41조 제2항과 벌칙규정인 제88조를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또 노조법 제41조를 개정, 방위사업체 근로자가 쟁의행위를 할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제시했다. 또 헌법 제33조 제3항을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다면, 제3항을 개정해 쟁의행의 금지대상자를 ‘주요방위산업체 종사자’ 모두가 아닌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하는 주요방위산업체 종사자’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헌법 제33조 제3항을 삭제해도 헌법 제37조 제2항(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이유로 한 헌법상 기본권 제한)이 적용돼, 쟁의행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법 제41조를 개정하는 것으로도 쟁의행위에 대한 제약을 철회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노조법 제41조를 개정, 단체행동권의 본질적인 부분은 제한할 수 없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준우 변호사는 “그동안 ▲헌법개정을 필요로 하는 점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고 ▲방산업체 근로자 수가 소수여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분단 현실에서 억압될 수밖에 없었다”며 “필수유지업무로 인식되는 항공이나 철도운수와 같은 정도로 맞추는 것이 적당하지 않나 싶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까지 노동자 쟁의행위를 과도하게 제약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에 대한 노동3권 제약이나 헌법 제29조 제2항에 명시한 공무원 이중배상금지 또한 군사정권의 잔재들”이라며 “정권이 바뀌고 어느 때보다 관련 헌법개정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현 시점에서, 노동권을 제약하기 위해 군사정권에서 만들었던 법을 다시 검토해서 함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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