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3조 제3항은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산물자 수급에 차질이 생겨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가능성에 대비해, 방산업체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33조 제3항에 근거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2항은 방산업체 근로자중 대통령령이 정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한다. 이에따라 방산업체 근로자중 쟁위행위 금지대상자가 파업을 하면, 불법행위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김상철 금속노조 S&T중공업 지회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방산업체 노동자와 노동3권 실태’ 토론회에서 “S&T모티브는 방산업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제한된 현행법을 노조탄압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S&T모티브, 쟁의행위가 제약된 방위사업부로 노조원만 재배치=부산에 위치한 S&T모티브는 자동차부품과 총기류를 주로 생산한다. 2016년 기준 전체 종업원 850여명중 생산직 450명 대부분은 총기류를 생산하는 방산사업부문에 근무하고 있다.

2011년 이후 회사는 방산물량 증가를 이유로 민수 자동차부품 사업부 조합원을 지속적으로 방산사업부로 전보발령했다. 2014년 조합원 86명을 전보발령함으로써 모든 조합원이 방산사업부 소속이 됐다. 이로인해 인력이 부족한 자동차부품 사업부 업무는 사내 외주하도급으로 전환했다. 조합은 이에 항의했고, 회사는 방산물량이 감소하면 언제든 민수사업부로 이동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회사는 방산사업부에 대한 잔업과 특근 등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또 2015년과 2016년 총기생산 중단으로 각각 한차례씩 2개월간의 휴업이 있었고, 앞으로 150여명의 유휴인력 발생이 예상됨에도 연·월차 소진을 요구하며 조합원의 민수사업부 재배치를 거부하고 있다.

김상철 금속노조 S&T중공업 지회장은 “신규사업 유치 및 민수사업으로의 인력재배치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연봉제로 전환한 인원에 대해서만 재배치를 해주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사업비중의 조정이었지만, 사실상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회사의 일방적 인사조치가 부당전보라고 판단하고 단체행동 및 법률적 대응을 했지만, 회사는 전보조치에 따르지 않는 조합원에 대해 근무지 무단이탈로 징계했다”며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부당전보중지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사권 악용에 맞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화테크윈, 연차사용과 주총참석을 불법쟁의행위로 규정=2014년 11월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인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화테크윈 근로자들은 같은해 12월 금속노조 지회를 설립하고 매각반대 파업을 결정했다. 2015년 4월 쟁의행위가 시작됐지만 조합원 참여율은 60% 미만이었다.

금속노조 한화테크윈 윤종근 지회장은 “삼성테크윈이 매각에 앞서 금속노조 지회에 대항해 기업노조를 설립했고, 기업노조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제2·3사업장 전체를 방산업무로 간주하며 파업참여에 소극적이었다”며 “기업노조에 방산관련 업무중 쟁의행위 가능자 범위에 대한 협의를 요구했지만, 기업노조는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2015년 6월에 있었던 삼성테크윈지회의 삼성테크윈 매각반대 결의대회.<사진=뉴시스>

지회는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총 24일간 전일파업을 시행했고, 참여율은 20%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통상적·관행적인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를 통해 방산물자를 생산해왔음을 주장하며, 지회가 조직적·집단적으로 잔업·특근거부를 선동·지시했다는 이유로 노조법 제4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음을 알려왔다.

윤 지회장은 “회사는 또 같은해 4월 지회가 주도했던 연장·휴일근로 거부 및 집단적 연차휴가사용 등 준법투쟁 역시 쟁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이란 공문을 보냈다”며 “회사는 방산업체 근로자가 쟁의행위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지회는 2015년 6월 한화의 삼성테크윈 인수에 따른 사명변경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주식을 보유한 사원주주들의 참석을 회사에 통보했다. 이에대해 회사는 “대규모 집단 연차사용으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이 저해되고,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연차휴가사용에 대해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방산업무 종사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알고 있는 지회가 불법행위를 지속하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법 위반을 부추기고, 그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회사는 지회가 지난해 10월 한화테크윈 매각 관련 주주총회 장소에서 집단행동을 하거나, 공장 안에서 중식집회를 열었다는 등의 이유로 지회원 100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리고, 지회간부 6명을 해고했다. 이후 징계를 받은 조합원의 상당수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 및 부당해고로 인정됐지만, 회사측은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대로템, 조합원 총회마저 불법…방산·민수사업 갈등 심화=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7기집행부는 2013년 7월10일부터 9월30일까지 총 40여차례에 걸쳐 전체 조합원이 참여한 ‘교섭보고 및 성실교섭 촉구대회’를 가졌다. 이에대해 회사는 지회집행부와 방산사업부 대표를 고발했다. 2심에서 지회장 300만원, 수석부지회장 500만원, 조직부장 징역 6월 등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중이다.

7기에 이어 8기집행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8기집행부는 2014년 8월22일부터 2014년 9월30일까지 총 6차례 조합원총회를 가졌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지회장 300만원, 수석부지회장 1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한재관 금속노조 현대로템 지회장은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교섭내용을 알리는 총회 차원의 교섭보고대회는 집행부와 조합원 또는 조합원들간의 의견을 소통하는 자리로, 쟁점사항을 줄여가고 조합원의 단일한 안을 마련하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라며 “이런 집회행위마저 방산업체 근로자의 쟁의행위 금지규정을 적용한다면, 노조의 기본적 활동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활동을 하지 못하는 방산부문과 그렇지 않은 민수부문 조합원들간의 갈등이 쌓여가고, 조합임원에 대한 사법조치가 당연시 되며,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 또 사측의 고발조치로 노사간 불신은 물론, 사법적 조치 해결시점까지 단체교섭 타결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마저 제한하는 방위산업체 쟁의행위 금지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근로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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