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그룹은 자산기준 5조원 이상하면 60개, 10조원 기준으로 하면 30개그룹이다. 그 안에서도 규모의 차이가 크며, 각 그룹마다 사업영역에 따라 특성도 다르다. 30개든 60개든 적용대상 그룹을 본다면 규제기준이 평균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획일적 규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재벌정책과 관련 “지금 공정거래법의 접근방법은 자산기준 5조원이든 10조원이든 획일적 기준을 정해놓고, 이에 해당하는 그룹들을 정책대상으로 설정해 획일적인 기준을 가져다 대고 있다”며 “이런 식의 정책이 공정거래법 제3장의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에 많이 반영돼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그룹은 자산기준 5조원 이상하면 60개, 10조원 기준으로 하면 30개그룹이다. 그 안에서도 규모의 차이가 크며, 각 그룹마다 사업영역에 따라 특성도 다르다. 30개든 60개든 적용대상 그룹을 본다면 규제기준이 평균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획일적 규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평균적인 규제가 기업규모가 큰 그룹에는 효과가 없고, 하위그룹에는 과잉규제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무용론이 등장하고 규제가 계속 후퇴하면서 경제개혁이 후퇴하거나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규모와 사업영역에 따라 규제의 효과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인식에 따라 김 위원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벌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두가지 목적을 하나의 기준과 수단으로 달성하기 힘들다”며 “경제력 집중 억제는 좀 더 포커싱 해서 적은 범위의 그룹에다 좀더 엄격하게 적용하는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개혁과 함께 10대그룹과 4대그룹을 나눈 것이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이 될 것”이라고 밝혀 경제력 집중 억제방침의 주요 타깃이 4대그룹임을 내비쳤다.

재벌개혁방안의 또 다른 축인 지배구조개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과 제도 정비 수순을 밟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이 목표에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고민을 할 것이고, 법제도 개선을 위해 신중한 노력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는 가운데, 올해 말까지 국회를 통과할 법이 몇 개나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며 “공정위와 범정부 차원에서 법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처럼 정부가 기업을 일괄적으로 출자규모, 고용규모에 따라 취합해 놓고, 법 이행여부는 확인도 하지 않는 그런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배구조개선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공약집에 명시된 지배구조 개선방안에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도입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신설 ▲모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다중장부열람권’ ▲공공부문 근로자 이사제 도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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