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사 처우개선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대비 활동 간호인력 수는 2013년 기준 OECD 34개국중 29위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43.6명으로, 미국 5.3명의 8배에 이른다. 반면 인구대비 병상 수는 2위, MRI기계 수는 4위, CT촬영기계 수는 6위다. 인력에 대한 투자없이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법에서 정한 최소인원 배치기준 간호사 충족률을 보면 종합병원의 경우 63.4%, 종합병원급 이하 병원들은 19.4% 밖에 되지 않는다.

인력부족은 높은 업무강도로 이어지고, 그만큼 업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간호사 직무이기에 간호인력 부족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최소인원 배치기준 위반으로 처벌된 경우가 없다”

조 교수는 “의료법에 최소인원 배치기준이 있고, 이를 어기면 최고 영업정지까지 행정명령을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처벌된 경우가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근무강도는 매우 세다. 조 교수 자료를 보면, 국내 간호사는 8시간 법정근로에 더해 2시간은 기본적으로 ‘오버타임’ 근무를 한다. 1일 10시간의 평균 근로시간중 식사 및 화장실 이용시간은 각각 평균 21분, 10분 이내인 경우가 30%에 달한다. 또 10명중 4명은 업무에 쫓겨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한다. 전체 업무시간 중에 간호사는 평균 9380보를 걸어 다니며, 신입간호사는 평균 1만1000보, 응급실 간호사의 경우 최대 2만보 이상을 걷는 경우도 있다.

조 교수는 “간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가 제공받는 서비스시간도 줄어들고, 그만큼 환자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간호사들은 많은 업무량과 장시간근로에 따른 피로와 주의력 저하로 위해사건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간호사 이직률이 높고, 이를 신규면허자 공급확대로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근로여건에도 불구 임금은 OECD 최하위권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는 2008년 1만1333명에서 2017년 1만9473명으로 10년째 증가하고 있다. 경력직 간호사들은 버거운 업무량을 감당하면서 신입간호사의 교육과 훈련을 맡고 있지만, 높은 이직률은 교육훈련 효과를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2014년 전체 간호사 이직률은 12.4%,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른 전체 근로자의 이직률 4.7%를 훌쩍 넘는다.

이직사유를 보면 타병원으로 이직하는 비율도 17.6%밖에 되지 않는다. 또 보건복지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간호사 수는 32만3041명이다. 이 가운데 면허만 있고 간호사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있는 유휴간호사 숫자가 17만5000여명으로, 활동간호사 14만7997명보다 3만명 가량 많다. 일단 일을 쉬게 되면 복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업무강도는 높지만 급여수준은 여타 국가에 비해 낮다. 해외에선 간호사의 임금이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환자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이기도 하지만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잦은 야간근무 그리고 주중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 근무와 주말·공휴일 근무 등 열악한 근로여건이 반영된 탓이다.

미국은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대비 간호사 임금이 1.3배, 일본은 1.1배 높다. 반면 2015년기준 한국의 간호사 평균임금은 292만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 329만원보다 낮다. OECD 34개국중 전체 근로자 평균보다 간호사 임금이 낮은 국가는 슬로바키아, 프랑스, 헝가리, 그리고 한국 등 4개국뿐이다.

방문건강관리 간호사, 절반 무기계약직 나머지 절반 기간제

17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사 처우개선 토론회에서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간호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장숙랑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방문건강관리사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모두 기간제 또는 무기계약직”이라며 “이들은 대주민 직접 간호서비스 외에 각종 행정업무, 사업기획과 평가보고서 작성, 기관간 문서발송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똑같은 간호사 국가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업무의 유사성이 있지만, 입직과정에 따라 고용형태와 처우가 매우 다르다는 것은 서비스 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장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방문관리사업 간호사중 절반이 무기계약직이며 나머지 절반도 기간제 근로자다. 또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기본급 160만원에 가족수당과 명절휴가비를 더해 월 181만원이며, 기간제는 일당 6만8000원에 4번의 주휴수당과 월차수당을 더해 21일 근로기준 월 176만원을 받는다.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 간호사는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돌보기만 할 뿐 담당한 환자나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자료조차 파악할 수 없다.

“근로여건 개선…이직률 줄여 간호사 수요 충족해야”

조성현 교수는 “신규면허자 공급확대가 아니라, 이직률을 감소시켜 간호사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병원마다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 최소 배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표준임금을 산정하고, 지역별 간호사 임금수준을 공개해 실제 임금수준을 파악하고 지역간·병원간 격차를 해소해 근로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간호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높은 이직률과 유휴율에서 보듯, 간호사의 시장이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방문관리사업 간호사의 경우 전체 53%가 무기계약직이고, 그 외에는 기간제 등 외주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취약계층이나 어르신 돌봄에 있어 관계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속성이 있는 고용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는 여러 관계부처하고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공무원으로 확충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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