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는 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징이 어우러져, 국가에 대한 인식으로 브랜드화 된 것을 말한다. 예컨대 프랑스를 떠올리면 문화와 예술이, 미국하면 자유와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를 연상하는 식이다. 국가브랜드는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에게 특정국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하고, 해당국가의 제품 및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해외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해 수출 및 관광객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2002년 30억원을 들여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국가브랜드 겸 슬로건으로 제정했다. ‘다이나믹(Dynamic)’이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변화 등 역동성을 잘 표현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다이나믹 코리아는 스포츠행사를 연상시키고 제한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7월 창의적 한국을 뜻하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로 바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과정에서 35~36억원에 달하는 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문체부는 약 1년간 사용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사용을 돌연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발표 직후, 프랑스가 산업부문 브랜드로 사용하던 ‘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표절했다는 논란도 있었고 비선실세였던 최순실과의 연루의혹이 보도되면서,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체부는 향후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하는 대신 국민의 생활문화를 전반적으로 향상하는 일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두번에 걸쳐 국가브랜드를 만드는데 사용된 예산만 약 66억원이다. 문제는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를 없애고, 새로 만든다는 점이다. 관광브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정부 당시 사용했던 Korea Sparkling은 이명박정부에서 Korea Be Inspired로, 박근혜정부에서는 Imagine your Korea로 변경됐다. 브랜드가 특정 정권의 홍보브랜드처럼 사용되다보니 연속성을 가지기 힘들고, 의미도 퇴색시키며, 시간과 예산만 낭비한 꼴이다.

브랜드는 장시간 유지되면서 신뢰가 쌓여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주 브랜드를 교체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시간과 예산만 낭비하고, 최악의 경우 우리 고유한 정체성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물론 국가브랜드로 적절하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바꾸는 것이 온당하겠으나, 애초에 좀 더 신중한 고민과 전략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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