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작가지망생이 배출돼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만큼 많은 미술작품들이 범람하며 화랑가와 미술관을 채우지만, 정작 그마저도 선택받은 몇몇 작가들만의 기회일 뿐이다. ‘금수저’란 단어가 익숙해진 현시대에 젊은 청년작가가 홀로 미술계에 위치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여기 무거운 현실 앞에 굴하지 않고 미술계에 도전 중인 20대의 신예 작가가 있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캔버스에 분출하며, 감상자의 눈을 사로잡는 작가 독고호우를 만나보자.

포효, 종이에 아크릴, 2015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며 현실적인 벽에 부딪쳤을 때 그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던 것 같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취업을 했었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단 생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가라기보다 취미처럼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SNS에 작품을 올리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전시 제의도 들어오면서 작가로서 점점 발전해 왔던 것 같다.

Q. 강렬한 작품 이미지에서 바스키아가 떠오른다. 동시대의 다양한 미술적 표현방법 중 낙서화 계열의 표현법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그냥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일러스트, 회화, 설치미술, 팝아트 등 미술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걸 알았다. 다만 전시들을 보면 볼수록 순수회화에 특히 관심이 갔고, 그쯤 구스타브 클림트 전시를 접하게 됐다. 모작으로 이루어진 전시였음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고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오면서 이런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법을 선택한 거창한 이유나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니까.

Q. 작품을 보면 대상이 모두 붉은 눈을 가지고 있는데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시도했다. 그런데 빨간 눈이 들어갔을 때 마음이 편하고 뭔가 완성되었단 느낌을 받아서 그렇게 그려오게 됐다.

Q. 본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작품에 담아낸다고 들었는데 감상자는 독고호우의 작품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음…. 그냥 보고 좋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리고 선보이다보니 각자 보고 느끼고 평가하는 게 서로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어떻게 봤으면 좋겠다는 제한을 두기 보단 각자가 보고 느끼고 싶은 만큼 감상했으면 좋겠다.

Q. 작업을 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니 정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다른 작가와 차별화되는 본인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기애가 엄청 강해서 사실 다른 작가의 그림을 많이 보진 않는다. 요즘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봤을 때, 종종 좋은 작품도 있지만 정말 감명 깊게 보는 작품은 손에 꼽게 된다. 그래서 나에겐 내 작품이 가장 매력적이고 최고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

모나리자, 종이에 아크릴, 락카, 2014

‘포효’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팔에도 타투로 새겨져 있다. 이 작품도 그릴 때는 무의식적으로 그린 것인데, 이미지만 봐도 색감이나 여러모로 가장 마음에 들어서 좋아한다. 사실 이 작품은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작품을 찢었다가 후에 복원했는데, 그 모든 감정이 담겨있어서 개인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있다.

더불어 ‘모나리자’는 모나리자의 이미지에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이다. 여기에 하나하나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한 건 없지만, 영감을 따르며 감각적으로 표현해나간 행위와 결과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완성후 자기만족이 굉장히 컸던 작품이기도 하다.

Q. 본인의 말대로 굉장히 속도감 있고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해서 작업하는 모습 자체가 행위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후 작업의 방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 있는가?

결과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이브 페인팅 작업을 종종 선보였는데 현장에서 함께 감상자와 공감하고 공유하는 경험도 너무 좋았다. 다만 페인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완전히 개념적인 예술작업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 당장은 페인팅이 내면의 욕구를 가장 잘 해소해주는 수단이라 생각돼 페인팅 위주로 작업을 할 것 같다.

Q. 20대의 청년 작가로서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들이 있을 텐데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 예정인지?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고민도 많고 미술계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서 버티는 일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막상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감정의 작업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돌이켜 보게 된다. 이게 다 인생이 흘러가는 모습이라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뭔가 그림을 그린다는 게 그런 것 같다. 죽기 전까지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겠단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어떤 무엇을 마주하더라도 그것을 예술로 표현하면,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도 있고 그 결과물을 선보이다 보면 정말 예술가로 인정받을 날도 오리란 생각으로 버텨나가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과정들도 재미있다고 느껴져서 작업에 대한 영감으로 활용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인 상황에 치여서 작업에 투자할 시간이나 재료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칠 땐 좀 아쉽긴 하다.

Q. 앞으로 도전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 차후 작가로서 계획된 일들은 무엇이 있나?

늘 지금처럼 해나갈 것이다. 계속 해나가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 도와주려는 사람도 늘어가고 좋은 기회도 점차 더 생겨가는 것 같다. 그렇게 꾸준히 경험을 쌓아서 더 좋은 그림을 선보이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곧 전시도 진행할 예정이고 작업실도 성남으로 옮겨서 좀 더 준비된 환경에서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